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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홍우 선임기자의 무기이야기] KAI, 美고등훈련기 수주 실패 3가지 이유는

① 방위산업 고려한 美의 '보잉 밀어주기'
② 예상價보다 40% 이상 낮은 저가 공세
③ '수출 대박' 과대 홍보에 방심, 禍 불러

기대와 달리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미국의 차세대 고등훈련기 수주 경쟁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실패 원인은 크게 세 가지가 꼽힌다. 보잉-사브 컨소시엄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는 미국의 안보·산업적 여건이 불리한 요소로 작용했다. 두 번째는 가격. 보잉의 덤핑에 가까운 저가 공세에 밀렸다. 세 번째는 과대 홍보. 정부와 KAI는 실현되지도 않은 기대이익을 치적인 양 부풀려 화를 스스로 불러들였다. 세 가지 요인 외에 두 개의 수직 꼬리날개 등 신기술 요인이 없지 않지만 두 후보기의 성능은 비슷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증된 기체라는 점에서는 오히려 T-50이 강점이 있었지만 위의 세 가지 요인이 겹치며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복수의 전투기 생산 라인 유지’, 기울어진 운동장 경기=KAI가 처음부터 불리했다. 최종적으로 남은 3개 컨소시엄 가운데 레이시온·이탈리아 컨소시엄의 T-100은 사실상 배제된 상태. T-100의 베이스 기체인 M-346은 러시아 야크사의 설계가 녹아 있다. 미 공군이 훈련기로 러시아 원형 설계 기체를 쓸 수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남은 경쟁자는 록히드마틴-KAI 컨소시엄과 보잉-사브 컨소시엄이었지만 애초부터 보잉이 유리한 경쟁이었다.

막대한 물량의 F-35를 록히드마틴이 생산하는 가운데 T-X마저 가져간다면 보잉의 전투기 생산 라인이 녹슬 수밖에 없었다. 설계 인력도 유지하지 못할 판국에 미국은 결국 보잉의 손을 들어줬다. 최종 결정 시기가 계속 지연되며 1년 반가량이나 늦어진 것도 시제기 제작과 시험비행 일정이 빠듯했던 보잉 컨소시엄에 시간을 주기 위한 것이었다는 해석이 유력하다.

◇보잉, 저가 수주 후유증 없을까=미 공군이 원한 1차 물량은 T-38을 대체할 훈련기 351대와 시뮬레이터(가상 비행연습 장치) 46대. 미 공군은 이 사업에 197억달러가 들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경쟁이 치열해지며 입찰업체들의 가격경쟁이 알려져 예상 수주 가격은 163억달러선으로 내려갔다. 하지만 보잉 컨소시엄은 이 사업을 92억달러에 따냈다. 더욱이 물량도 늘었다. 훈련기 475대에 시뮬레이터 120대. 파격적인 가격이다. 록히드마틴-KAI 컨소시엄은 이보다 약 30%가량 비싼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저가 입찰제에서 승부는 이것으로 끝났다. 보잉 컨소시엄이 이미 지출한 개발비용까지 포함됐다는 점에서 실제 수주 가격은 이보다도 낮을 것으로 보인다. 출혈이 불가피해 보인다. 정작 미 공군은 이번 계약으로 약 100억달러를 절약할 수 있게 됐다며 만족하다는 반응이다.

◇김칫국부터 퍼마신 KAI, 사브와 대조적=실은 경쟁 초기만 해도 KAI가 무난히 따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압도적이었다. 보잉-사브 컨소시엄이 형성되기 이전인 2014년 하반기까지 이렇다 할 경쟁자가 없었다. 자만한 탓인지 KAI와 군 주변에서는 미 공군의 2차 발주분과 미 해군의 훈련기 수요, 제3국 수출을 포함해 최대 1,000대 판매라는 환상이 퍼지기 시작했다. 미국 시장에서만 20조원의 매출이 기대된다는 소식이 버젓이 활자화되기도 했다. 당시 가격 기준으로도 수주 성공 시 매출은 많아야 2조~3조원 수준이었으나 KAI 주변과 주식시장을 돌며 ‘미국 수출 대박’론이 자리 잡았다.

경쟁자인 스웨덴 사브사는 정반대의 세일즈에 나섰다. 과대 선전이 전혀 없이 오히려 극도로 말을 아꼈다. 사브는 핵심 기술이 거의 없던 KAI와 달리 보잉 컨소시엄의 후보기 설계와 제작을 주로 맡았으면서도 조용하고 실질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쳤고 결국 수주를 따냈다.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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