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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에세이]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내가 끝내기 전에는…
서경스타 영화 2021.02.19 14:24:17직업기자로 첫 발을 내디뎠던 회사가 3년 만에 사라졌다. 모기업의 계열사 구조조정 때문이라고 했다. 10명도 넘는 식구들이 방향을 잃고 헤맸다. 회사는 약간의 시간을 줬지만, 부서가 기사회생할 가능성은 없었다. 할 일 없이 도로 경계석에 멍하니 앉아있는 기분이었다. 주말도, 명절도 없이 일했다. 덕분에 20대 후반에 대한 기억은 오로지 연극과 뮤지컬, 영화와 드라마로만 가득하다. 공연을 본 뒤 집까지 가는 것이 귀찮아 -
[리뷰에세이] 점백이 아저씨는 이렇게 멋진 사람이었네요, 예나 지금이나
서경스타 TV·방송 2021.02.04 14:21:28강원도 고성에서 해안 경계 소초장으로 군 복무하던 2009년 여름, 책임구역 해수욕장에 엄청 큰 텐트가 설치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사전에 통보받은 바 없는 만큼 대대 선배들이 알게 되면 전화로 족히 10분은 온갖 욕을 들어야 할 일이었다. 등골이 오싹해졌다. 해가 기울고, 병사들을 모두 초소에 투입하고 나서 문제의 텐트를 찾았다. 겉면에 구조대라고 쓰여 있던 텐트는 농사용 비닐하우스처럼 거대해보였다. 이를 백사 -
'날아라 개천용' 정우성은 이무기를 승천시킬 수 있을까 [리뷰에세이]
서경스타 TV·방송 2021.01.15 16:14:119년 만에 드라마로 돌아오는 정우성이 과연 ‘날아라 개천용’의 정체된 시청률을 본격적으로 날아오르게 만들 수 있을까.마지막 상대와의 전면전을 앞두고 있는 SBS 금토드라마 ‘날아라 개천용’(극본 박상규 / 연출 곽정환)이 배수의 진을 쳤다. 15일 방송되는 17화부터 음주운전 논란으로 하차한 배성우의 역할을 정우성이 이어받는다는 소식에 시청자들의 기대가 상당하다.이날 방송을 앞둔 ‘날아라 개천용’의 최대 관전 포 -
자극에 자극을 곱하니 폭주해버린 '펜트하우스' [리뷰에세이]
서경스타 TV·방송 2021.01.05 15:28:05신박하다. 도저히 예측할 수 없다. 더더더더 자극적이어야만 시청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이 드라마는 결국 주인공마저 없애버리고 말았다. 아니, 사실은 살아있거나 쌍둥이가 있을지도 모른다. 유령으로 나타날 수도 있고.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그 작품이 ‘펜트하우스’라면…. 주인공이 칼에 찔려 사망했지만, 진짜 죽었는지 혹은 계략인지 사람들이 궁금해한다. 소품 실수로 오윤희(유진)의 DNA 검사지에 XY염색체가 보이자 -
[리뷰에세이] 터틀맨을 '다시 한번' 꼭 보고 싶었습니다
서경스타 TV·방송 2020.12.10 10:19:422013년 겨울 뮤지컬 ‘디셈버’의 첫 공연날, 2막이 시작됨과 함께 살아있는 김광석이 무대에 등장했다. 홀로그램으로 나타난 그가 주인공 김준수와 함께 이야기를 주고받고 노래 부르던 모습은 작품의 내용과 넘버 모두 기억나지 않을 만큼 강렬하게 뇌리에 박혀있다.20대의 초입부터 60대까지 삶의 굵직한 궤적마다 박인 그의 노랫말에 담긴 감정처럼 사랑도 해보고 군대도 다녀왔다. 대학로에 집까지 얻어 극장가를 정신없이 헤 -
[리뷰에세이] '펜트하우스'에서 개콘을 봅니다
서경스타 TV·방송 2020.12.09 11:15:10드라마를 분석하고 리뷰하며 참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막장극이 흥행하는 시기다. 잊을만 하면 돌아오고, 또 잊을만 하면 어김없이 돌아온다.보통 막장극은 초반에 뭐 좀 해보려는 듯 굵직한 사건을 하나 크게 던져놓고, 결말 직전까지 온갖 클리셰(진부한 설정)로 돌려막기하며 시청자를 자극한다. 개연성과 메시지가 사라지고 짜릿한 자극이 더해질수록 시청률은 올라간다. ‘이게 말이 되냐’는 초반의 비판도 엄청난 시청률 앞 -
'그곳에 두고 온 라일락' 한번 보고 보내긴 너무 아쉬워 [리뷰에세이]
서경스타 TV·방송 2020.11.30 16:57:09돌이켜보면 인생 절반을 부러움에 취해 살았다. 학창시절엔 공부 잘하는 친구가, 군 시절엔 육사 출신 친구가, 직장인이 되어서는 돈 많이 버는 친구와 명예까지 거머쥔 친구가 부러웠다. 세상은 공평하지 않다고 여겼고, 노력으로는 따라잡을 수 없는 벽이 있다고 믿었다. 내게 라일락의 꽃말 ‘젊은 날의 추억’은 시기와 질투로 가득했다.시기와 질투마저 자신의 모습으로 흡수한 남자가, 아니 아버지가 있다. 89년 가요대상 수 -
[리뷰에세이]'골목식당' 장사와 재미에 가려진 백종원의 진심
서경스타 TV·방송 2020.11.12 16:27:15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는 반복되는 흐름이 있다. 출연한 사장님들의 표정을 보면 확실하다. 촬영 초반부와 솔루션 이후 손님을 맞는 사장님들의 얼굴은 전혀 다른 사람처럼 느껴지고는 한다.서울 동작구 상도동 골목도 마찬가지였다. 자신감 없는 닭떡볶이집, 무표정한 국숫집, 특히 말을 툭툭 던지는 하와이안 주먹밥집 사장님의 모습을 보며 ‘나 같아도 그냥 나오겠다’고 생각했다.장사가 안 된다는 상황이 사람을 얼마 -
[리뷰에세이] 잘가요 '멋쟁이 희극인' 박지선, 오래 오래 기억할게요
서경스타 TV·방송 2020.11.05 16:02:06포털사이트에서 박지선을 검색하면 이제 사망일시가 나온다. 며칠이 지났지만 아직도 실감나지 않는다. 환한 조명 아래 밝은 모습만 보여줬던 그의 뒤로 길게 늘어진 그림자를 보지 못했다. 유족과 동료뿐만 아니라 그를 아는 모든 사람들이 슬퍼하고 또 슬퍼하고 있다.박지선이 떠났다. 5일 오전 9시 발인식을 마친 그는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던 KBS 연구동을 들렀다가 장지로 출발했다. 동고동락했던 동료들과 치열했던 열정을 -
박지선이 마이크를 잡으면 모든 이들이 빛났다 [리뷰에세이]
서경스타 TV·방송 2020.11.03 09:51:52그를 처음 만난 곳이 기억나지 않는다. 보통 연예인과 만나거나 인터뷰를 하면 특유의 강렬함 때문에 뚜렷한 이미지가 남는데 크게 떠오르지 않는다. 그저 편안하고 안정적인 사람, 함께 차 마시고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 내게 박지선은 그런 따스한 사람이었다.수많은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그를 만났다. 행사 시작 10여분 전 그가 무대에 오르면 속으로 안도하곤 했다. ‘오늘은 좀 괜찮겠구나’ 하고.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
[리뷰에세이] '펜트하우스'가 '브람스' 후속이라니…그저 참담하다
서경스타 TV·방송 2020.11.02 15:47:50남산타워보다 더 높은 곳에서 서울을 비추던 카메라가 방향을 돌려 강남 빌딩 숲 사이에 우뚝 속은 주상복합 건물로 향한다. 롯데월드타워보다 더 높은 마천루가 번쩍이는 불꽃들 사이에서 황금빛 몸매를 자랑한다.그보다 더 빛나는 몸매를 자랑하며 럭셔리한 드레스를 갈아입는 펜트하우스의 주인 심수련(이지아). 그녀의 발끝에서 한참이나 떨어진 맨땅에 선 사람들은 고개를 치켜 올리고 마치 그 불꽃이 자신들을 위한 것인 양 -
[리뷰에세이]'브람스를 좋아하세요?'가 준 선물같은 위로, 그리고 사랑
서경스타 TV·방송 2020.10.21 17:06:50문학청년인 척 폼을 잡고 다니던 어린 시절부터 저 깊숙한 곳에 질투심을 숨겨두고 아주 가끔 한번씩 꺼내보며 살아왔다. 고등학교 2학년 당시 한 대학 백일장 예선에 통과하자 보내준 수상작품집에서 ‘혼불’의 작가 최명희의 글을 보고나서부터였다. 내가 범접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닌, 압도적인 필력에 아주 잠깐이나마 꿈꿨던 작가로서의 삶을 포기했다.그래도 글을 쓰는 것까지 포기하지는 않았다. 사실 따로 밥벌이 할 특출 -
'비밀의 숲2' 한 줌의 희망이 절망보다 낫다는 믿음으로 다시…[리뷰에세이]
서경스타 TV·방송 2020.10.05 14:12:41“진리를 좇아 매진하는 것, 도리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 이는 모두 끝이 없는 과정이다. 멈추는 순간 실패가 된다. 변화를 향해 나아간다는 건 나의 발이 바늘이 되어 보이지 않은 실을 달고 쉼 없이 걷는 것과 같다.”현실적이면서도 비현실적이었다. 권력을 향한 욕망으로 조직의 이익에 앞장섰던 이들은 끝내 쌓아온 모든 것을 잃었다. 권선징악은 아니었다. 먼저 간 선배의 최후와 그 행동에 담긴 뜻을 알고 있던 검사는 덫에 -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사랑에 급 따지는 분들…다 선 넘었어! [리뷰에세이]
서경스타 TV·방송 2020.09.28 17:01:00이정경, 한현호 이 두 사람과는 피아노 트리오 이제 그만 하죠. 준영씨한테 득 될게 없는 조합입니다. 뭐 다이렉트로 말씀드리자면 준영 씨와 급이 안 맞습니다.(박성재) 야 너도 너 만난다는 여자애나 뭐 다른 누구와도 반주해주네 뭐 그런 생각 하지도 마. 급 떨어지는 애들 반주 해줘봤자 너도 같이 급 떨어지는 것밖에 안돼.(유태진) 이만큼 살아보니까 동기든 친구든 균형이 맞아야 서로 편해. 한사람이 유독 잘 나가든지 처 -
[리뷰에세이] 설리가 불편한게 아니었다, 정말로…
서경스타 TV·방송 2020.09.11 16:53:59수년 전 “너희들 손끝에 사람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걸 알고는 있는거냐”는 울분 섞인 꾸짖음을 홀로 남은 새벽 술자리에서 중견배우에게 들었다. 글로만 봤지 직접 듣는 것은 처음이라 정신이 멀쩡해진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 기억은 지금까지도 ‘자극’이 핵심인 기사를 작성하거나 제목을 편집할 때마다 잠시 손을 멈추게 한다.10일 방송된 MBC ‘다큐플렉스-설리가 왜 불편하셨나요?’를 본 뒤 최근 몇 년간 설리에 대한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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