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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여는 수요일] 꽃씨와 도둑

  • 2019-07-09 17:43:12
  • 사외칼럼
[시로여는 수요일] 꽃씨와 도둑

- 피천득

마당에 꽃이 많이 피었구나

방에는 책들만 있구나

가을에 와서 꽃씨나 가져가야지

참 부지런한 도둑일세. 한 계절 먼저 정탐을 나왔구먼. 참 주도면밀한 도둑일세. 당장 훔칠 물건이 아니라 가을에 가져갈 물건까지 점찍어 두다니. 참 어리석은 겉보기 도둑일세. 삐걱 책장을 밀면 온갖 골동품과 고서화 즐비한 수장고가 있을 줄도 모르다니. 참 딱한 도둑일세. 책을 훔친 도둑은 세상을 경영하고, 꽃씨 훔친 도둑은 풀이나 뽑게 된다는 걸 왜 모르나. 참 낭만적인 도둑일세. 꽃 좋아하는 사람치고 악인 없다 했는데 애당초 도둑 될 위인이 아닐세. 가을에 꽃씨 따서 울타리에 걸어놓으시게. 그런데 꽃도 책도 다 좋아하던 저 양반, 달은 휘영청 밝은데 꽃도 책도 다 놓아두고 어디로 가셨나. <시인 반칠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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