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종목 시세보기

서울경제

HOME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고전으로 세상읽기] 攻敵之國 (공적지국)

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대학장
힘 키우고 상대공격 능력 높여야
약육강식 국제사회서 살아남아
수출규제·공적지국 논리 맞물려
한·일 갈등 상황 꽤 길어질 수도

  • 2019-07-12 17:29:40
  • 사외칼럼
[고전으로 세상읽기] 攻敵之國 (공적지국)

근래에 한일관계가 심상치 않다. 한일 양국은 이전에도 고대사 문제, 영토 문제, 그리고 일제강점기의 강제징용과 일본군 ‘성노예(위안부)’ 문제로 다양한 갈등을 겪어왔다. 최근에 일본 정부가 한국의 첨단산업 제품인 반도체에 쓰이는 부품의 수입 절차를 까다롭게 해 경제보복에 나서고 있다. 두 나라는 지리적으로 이웃에 있을 뿐만 아니라 경제와 군사에서 긴밀하게 결합돼 있다. 이 때문에 아베 신조 정부는 한국의 이의 제기만이 아니라 일본 내의 반발에도 수출규제를 전격으로 내렸다.

이러한 수출규제와 관련해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제일 먼저 아베 정부가 오는 7월21일 실시되는 참의원 선거를 고려했다는 견해다. 이에 대한 근거로 7월4일은 참의원 선거 공시일과 겹치고 과거 일본 정부는 남한 또는 북한의 이슈를 선거 전략으로 활용했다는 이력이 제시됐다. 아베 정부가 수출규제를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려고 한다면 선거 이후에 상황 변화가 일어날 수 있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여당이 압승한다면 효과를 충분히 거뒀으니 수출규제를 슬그머니 선심 쓰듯 철회할 수 있고 패배한다면 국면 전환을 위해 한일관계 개선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고전으로 세상읽기] 攻敵之國 (공적지국)

한국 정부가 수출규제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해 사건을 확대하려고 하자 스스로 새로운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수출규제 조치 이후에 아베 정부는 한국 정부가 수입품을 사린가스의 제조로 전용한다거나 북한으로 유출했다는 이야기를 흘리고 있다. 이는 한국과 일본의 몇몇 언론에서 제기하는 의혹 수준이지 아직 확실한 증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아니면 말고”라는 식의 의혹 제기는 수출규제의 쟁점을 희석시킬 수는 있지만 정당성을 충분히 입증할 수도 설득을 할 수도 없다. 이외에도 동아시아 산업의 역할 조정론이 있다. 일본은 소재·부품과 공작기계를, 한국은 반제품을, 중국은 완제품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상호의존적 역할을 맡아왔지만 근래에 균열이 생기자 아베 정부가 큰 그림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후속적인 조치에 따라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오구라 기조는 ‘일본의 혐한(嫌韓)파는 무엇을 주장하는가’라는 강연과 이후의 책에서 혐한이 지난 2005년에 시작돼 2012~2014년에 사회 현상으로 자리를 잡았다며 그 원인과 내력을 분석하고 있다. 아베 정부의 수출규제는 일본 사회에 상존하는 혐한 현상에 기대고 있으면서 동아시아 역내의 국제 질서를 일본 중심으로 끌어가려는 시도와 맞물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상앙이 ‘상대를 공격하는 나라’와 ‘자기 자신을 공격하는 나라’를 구별하는 논리를 살펴볼 만하다.

상앙은 국가가 약육강식에서 살아남으려면 부국강병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그는 사회를 운영하는 규칙을 귀족 중심의 예에서 모든 백성을 대상으로 하는 법으로 바꾸고자 했다. 나아가 백성들이 하고 싶은 일이 수없이 많더라도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길을 하나로 통일하고자 했다. 이러한 나라는 “힘을 키울 수도 있고 소모시킬 수 있는 ‘상대를 공격하는 나라’라고 하고 그래야만 반드시 강성해진다(능생력·能生力, 능쇄력·能殺力, 왈공적지국·曰攻敵之國, 필강·必彊).” 반면 “힘을 키우기만 하고 소모시킬 수 없는 ‘자기 자신을 공격하는 나라’라고 하고 그러면 반드시 쇠약해진다(능생력·能生力, 불능쇄력·不能殺力, 왈자공지국·曰自攻之國, 필삭·必削).”

아베 정부는 일본이 헌법을 고쳐 전쟁할 수 있는 보통 나라가 돼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일본이 보통 나라가 돼야 동아시아를 넘어 세계에서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전쟁을 하려면 일본과 번번이 충돌하고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일본에 맞서는 그럴듯한 ‘가상의 적’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앞으로 일어날지 모르는 막강한 적을 대상으로 전쟁을 대비하자고 선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쟁이 실제로 일어나지 않더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공포야말로 ‘공적지국’이 성장할 수 있는 중요한 자원이다. 수출규제와 공적지국의 논리가 맞물려서 돌아가므로 현재 상황이 꽤 길어질 수도 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XC
이 기사를 공유하세요.

이메일 보내기

보내는 사람

수신 메일 주소

※ 여러명에게 보낼 경우 ‘,’로 구분하세요

메일 제목

전송 취소

메일이 정상적으로 발송되었습니다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