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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화물차 운임…또 기울어진 운동장

'안전운임위원회' 구성 인원
차주측이 화주보다 2배 많아
화물연대 노조에 절대 유리
운임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듯

  • 맹준호 기자
  • 2019-07-22 17:41:12
  • 기업
이번엔 화물차 운임…또 기울어진 운동장

내년 1월1일 시행되는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가 논의 초기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안전운임위원회가 지난 3일 킥오프 회의를 진행했지만 ‘위원회 구성이 노조 측에 유리한 만큼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시멘트 업계에서는 정부가 노동계에 끌려가면서 안전운임제는 화물차주의 기득권 유지 수단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안전운임위 화주 대표 중 하나인 한국시멘트협회는 22일 서울경제와 만나 “안전운임위는 수적 구성부터 화물연대 측에 유리하게 짜인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위원회가 비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도록 위원 구성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화물차 안전운임제는 과로·과속·과적운행 방지와 도로교통 안전 제고를 취지로 한다.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된 데 이어 지난해 4월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법제화됐다. 안전운임위의 결정을 바탕으로 국토교통부 장관이 오는 10월31일 안전운임을 공표한 뒤 내년 1월 시행된다. 안전운임 적용 대상은 우선 시멘트운반차(BCT)와 수출입 컨테이너 운반 차량으로 정해졌으며 3년 일몰제로 운영된다.

시멘트 업계가 강력히 반발하는 것은 안전운임위가 화물연대 측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안전운임위는 화주 대표, 운수사업자 대표, 화물차주 대표 각각 3명과 공익위원 4명 등 총 13명으로 구성된다. 그런데 운수사업자는 운임에 비례한 일감 중개 수수료를 화물차주에게 받는 구조라 운임에 대한 이해가 차주와 일치한다는 게 화주 측 주장이다. 차주 대표위원 3명이 모두 화물연대 간부라는 점도 이해할 수 없다고 시멘트 업계는 주장한다. 협회 관계자는 “BCT 차주들의 화물연대 가입률이 10% 내외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표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정부가 노동계에 끌려다니는 게 아닌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운수사업자와 지입차주 모두 운임이 오르면 수입이 늘어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운임 비용도 상승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를 수출입 컨테이너와 BCT에 국한하지 말고 전면 확대할 것을 요구하면서 투쟁을 벌이고 있으며 9월 대규모 상경집회를 예고한 상태다.
/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

“시멘트 운반차주, 화물연대 가입률 10% 불과...대표성도 문제”

■‘화물차 운임제’ 기울어진 운동장

“국토부,화물연대 요구에 휘둘려

”일감 주는쪽 받는쪽 수 맞춰야“

시멘트업계 ‘위원회 구성’ 반발

”운임 올라도 차주 일 안 줄일것

과로·과적·과속문제 해결 안돼“

교통안전 제고 목적에 의구심도

시멘트 업계가 화물자동차 안전운임 결정 기구인 안전운임위원회 구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은 수적인 구성을 볼 때 차주 측 의견대로 안전운임이 결정될 게 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판 자체가 기울어져 있어 화주 측 의견이 전혀 반영될 수 없다는 게 시멘트 업계의 공통된 견해다. 시멘트 업계는 여기서 더 나아가 ‘안전운임이 정해지면 화물 운송과 도로 환경이 안전해진다’는 해당 제도의 전제 조건에도 의문을 나타낸다. 업계 관계자는 “안전운임제 도입으로 운송단가가 올라도 화물차주들은 일을 줄이기보단 더 많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 과거와 비슷한 강도로 일할 것”이라며 “운임이 아니라 화물 운송 시장의 시스템 자체를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엔 화물차 운임…또 기울어진 운동장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지난 6일 충북 단양의 한일시멘트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화물연대는 조합원들은 안전운임제 적용 대상 확대와 3년 일몰 조항 폐지를 요구하는 한편 9월 상경 시위를 예고했다. /사진제공=시멘트업계

◇“일감 주는 쪽과 받는 쪽 동수가 당연”=안전운임위 구성은 지난해 4월 국회를 통과한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의 시행령에 따라 화주 대표위원 3명, 운수사업자 대표위원 3명, 화물차주 대표 3명과 공익위원 4명 등 총 13명으로 정해졌다. 화주 대표는 한국시멘트협회·한국무역협회·대한상공회의소 임원들이고 운수사업자 대표는 화주로부터 일감을 받는 업체들의 단체와 협회 대표들이다. 차주 대표는 화물연대 국장과 위원장, 4명의 공익위원은 대학교수들이다.

문제는 이런 수적 구성을 바라보는 시멘트 업계와 화물연대의 시각이 정반대라는 것이다. 시멘트는 제조사가 운수사업자와 계약하면 그 사업자는 시멘트 운반차(BCT·Bulk Cement Trailer)를 소유한 지입차주들에게 일감을 나눠주고 운임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받는다. 시멘트 업계는 “운임이 상승하면 운수사업자와 지입차주의 수입이 모두 늘어나기 때문에 이들의 이해가 일치할 수 밖에 없다”며 “공익위원을 제외하면 6대3으로 기울어진 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화물연대는 운수사업자도 일감을 주는 쪽이라고 보고 오히려 ‘화주+운수사업자’의 숫자가 지입차주 숫자와 같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안전운임위가 화주 측에 유리하게 구성됐다고 보는 것이다.

한국시멘트협회는 안전운임위도 최저임금위원회와 같은 ‘노사 동수’ 형태의 편성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협회 관계자는 “최임위가 사용자위원과 노동자위원이 각각 9명으로 동수이고 나머지 9명의 공익위원이 사실상 결정권을 갖는 것처럼 안전운임위도 화주와 차주를 동수로 편성하고 공익위원의 의견이 중시되는 구조로 재편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엔 화물차 운임…또 기울어진 운동장

◇“운임 올라도 과적·과로 운행 안 없어져”=시멘트 업계는 본질적으로 ‘안전운임’이란 이름으로 최저운임을 강제해도 과로·과적·과속운행 방지와 교통안전 제고라는 제도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화물 운송 시장이 경쟁적이라 운임의 최저선을 정해도 지입차주들이 가동시간을 줄이는 일은 없을 거라는 주장이다.

시멘트 업체 관계자는 “사교육에 고물가에 한 푼이라도 더 벌고 싶은 게 서민들의 공통된 욕망 아니냐”면서 “화물 운송 시장의 다단계 구조나 수급불균형 등 구조적 문제가 과로·과적·과속의 주된 원인이며 운임을 올리면 해결될 거라는 발상은 현실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시멘트 업계는 전국 40만대 영업용 화물차 중 3,000대 밖에 안되는 특수차량이 BCT가 안전운임제의 첫 케이스에 포함된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BCT가 특별히 운임이 낮고 과속·과적이 심한 것도 아니다”며 “업계 전체의 BCT 운송비가 연간 3,800억원인데 운임이 10%만 올라도 380억원 추가 부담이 생기게 된다”고 말했다.

◇“국토부가 화물연대에 휘둘려”=시멘트 업계에선 화물차 안전운임 주관 부처인 국토교통부가 화물연대에 휘둘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특히 안전운임위의 차주 대표위원 3명이 전원 화물연대 간부인데 이들의 의견이 지입차주 전체의 의견은 아니지 않느냐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출입 컨테이너 차주의 화물연대 가입률은 30% 정도이고 BCT 차주 가입률은 10%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안전운임 결정 과정이 화물연대의 과도한 요구에 휘둘리고 있는 게 아닌지 우려되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시멘트 업계는 보다 근본적으로 운임에 ‘최저선’을 정하는 것은 정부가 시장의 운임 결정 원리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이라는 의견이다. 협회 관계자는 “화물차 운송 시장이 다른 서비스 시장에 비교할 때 최저가격제라는 강력한 법적 수단이 필요한 곳인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제도 시행 후 비(非) 화물연대 조합원 중 경쟁력 있는 운임을 제시하는 차주가 일감을 따내지 못하는 부작용이 나올 가능성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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