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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바이오 기업에 맞는 가치 평가 기준이 따로 있다

황지만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생명과학 섹터 리더

[투자의 창]바이오 기업에 맞는 가치 평가 기준이 따로 있다
황지만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생명과학 섹터 리더

올해 들어 잇따라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악재들이 터지고 있다. 신라젠 사태 이후 코스닥 시가총액 1조원이 넘는 바이오 기업의 시가총액이 수조원 증발했다고 한다. 지난달 신라젠의 간암 항암제 ‘펙사벡’이 미국 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로부터 임상 3상 시험 중단 권고를 받았다. 정부가 반도체 다음으로 신성장동력으로 내세우는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기술수출 반환, 임상 비용의 자산화, 중견 제약사의 불법 리베이트 등 이슈가 터지면서 제약·바이오 산업의 성장가치에 대한 의문을 자아내고 있다.

신약 개발의 임상단계는 동물을 대상으로 부작용, 독성, 효과를 알아보는 사전 임상단계부터 허가 임상인 3상까지 대체적으로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미국제약협회에 따르면 1개의 신약 개발에 26억달러(약 31조원)가 필요하다고 한다. 최종 상용화까지의 성공률은 10% 미만(미국 바이오협회 기준)에 그치며 이 또한 지속적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럼에도 일단 제품 출시에 성공하면 해당 약물의 특허가 만료까지 시장을 독점할 수 있어 미래가치가 상당하다. 이 같은 이유로 신약을 개발 중인 바이오 기업의 가치는 연구 개발 진행에 따라 크게 오르내린다.

한 예로 기술특례상장을 통과한 코스닥 상장 바이오 기업의 경우 상용화 전, 임상단계의 파이프라인만 보유한 경우가 많아 매출은 없고 비용만 발생하는 재무적 손실상태가 대부분이다. 지난 6월 기술특례상장에 실패한 바이오 기업이 1조원이 넘는 기술수출에 성공한 사례가 발생해 시장을 놀라게 한 적도 있다. 이는 바이오 기업의 평가에 규제기관과 시장이 아직 뚜렷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문적인 평가의 필요성을 대두시킨 일로 풀이된다. 다행히 최근 바이오 산업에 대한 불신과 기술특례상장의 신뢰성 논란이 커지자 한국거래소에서는 평가 전문인력과 평가 기간을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제대로 된 가치평가를 위해서는 바이오 산업의 특성을 고려한 전문적 방법론이 필요하다. 보통 바이오 기업의 가치평가는 약물개발에 따르는 임상성공률, 개발비용, 개발기간 등 불확실한 요소들에 대한 각각의 분석결과를 투입변수로 활용해 이뤄진다. 투입변수 중 임상성공률 판단이 가장 중요한데, 아무리 대상 환자가 많은 적응증을 타깃으로 한 신약이라도 임상 3상을 통과하지 못하면 파이프라인의 가치평가는 무의미하다. 따라서 임상성공 가능성을 기반으로 한 신약의 가치평가, 기업의 가치평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즉 개별자산의 임상성공률 검증을 기반으로 한 가치평가가 요구돼야 한다. 일반적으로는 임상단계별 확률을 가치평가에 반영하겠지만, 국내 제약·바이오 회사들의 파이프라인이 소수인 점을 고려하면 성공확률을 반영한 가치평가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임상시험의 디자인, 임상시험 프로토콜, 임상 데이터 등을 검토함으로써 객관적인 가치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정부는 바이오 산업을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삼았다. 하지만 금융정책, 인허가 정책, 각종 지원 및 규제 정책 등은 여전히 과거의 제조업 중심에 머물러 있다. 현재 바이오 산업의 가치평가에 대한 논란은 임상성공의 불확실성에 기인한다. 제조업 기반이 아닌 제약·바이오 산업에서의 전문적인 파이프라인 평가기술이 요구되며, 그것이 현실화될 때 제약·바이오 산업의 신뢰는 회복되고 더 나아가 한국의 신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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