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종목 시세보기

서울경제

HOME  >  오피니언  >  사외칼럼

[로터리] 건축사 자율 기능에 대한 소고

석정훈 대한건축사협회장

  • 2019-10-09 17:33:01
  • 사외칼럼
[로터리] 건축사 자율 기능에 대한 소고

인재와 자연재해의 모든 위험요소를 정부가 관리할 수 있을까. 정부에 모든 것을 관여하도록 강요하기에는 우리 사회가 너무 비대해졌다. 건축계도 역시 마찬가지다.

건축사 수가 많지 않았던 1970년대에도 정부가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못했다. 당시 건축 전문잡지인 건축사를 보면 건축사들의 자정하자는 캠페인이 수시로 열렸고 여러 경로로 문제를 제기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때보다 건축사가 몇 배 더 늘어난 현 정부가 일일이 관리하고 관여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건축계의 고질적인 병폐 중 하나가 건축사 자격면허 불법 대여다. 면허 대여는 일부 비윤리적 건축사와 무면허 업자 간 결탁으로 건축생태계를 교란하고 시장질서를 왜곡하는 질 나쁜 범죄행위다. 설계대가 덤핑은 도면 몇 장뿐인 부실설계의 핑계가 되고 빈약하고 부정확한 도면은 멋대로 집을 짓는 면죄부가 된다.

부실시공의 당사자들은 불법 면허 대여자의 약점을 이용해 모든 책임을 지우고 더 떳떳하고 대담하게 불법을 자행한다. 안타까운 건 면허 대여자들이 이 일에 자의 반 타의 반 관여하고 이를 이용해 안전을 위협하는 부실시공 무면허 건설업자들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건축사는 업무 속성상 건축사보의 도움을 받아 작업해야 한다. 이를 핑계 삼으면 마땅히 불법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 심증은 있으나 물증이 없는 식이다.

대한건축사협회 조사위원회는 정기적으로 회원의 면허 대여를 조사하고 문제가 발견되면 윤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경고, 권리 정지, 심지어는 제명 처분을 내리기도 하지만 실상은 별 효력이 없다. 이런 징계가 이들의 업무에 아무런 지장도 주지 않기 때문이다. 도리어 더 당당하게 업무를 계속한다. 이들이 주로 협회의 관리 밖에 존재하는 탓이다.

결국 건축사의 협회 가입이 의무가 아닌 게 원인이다. 건축사협회는 의사나 변호사협회처럼 가입 의무가 없다. 이는 협회의 회원에 대한 관리 및 통제 권한이 없다는 것이고 자율정화 기능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꼭 필요한 이런 관리와 통제는 어디서 담당해야 하는가. 정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하기에는 인력이 부족하다. 그리고 전문가단체의 속성상 전문적 판단을 정부기관이나 외부에서 모두 맡기는 어렵다. 협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지금 국가건축 정책의 핵심은 건축물 안전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직결되는 건축물의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건축물의 안전은 건축사의 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자율 정화기능이 갖춰져야만 보장될 수 있다. 이를 위한 법적 근거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의사가 국민의 생명을, 변호사가 국민의 인권을 담당하듯 건축사는 건축물의 안전을 통해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켜야 한다. 그럼으로써 사회와 국민으로부터 인정받고 사랑받는 전문인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XC
이 기사를 공유하세요.

이메일 보내기

보내는 사람

수신 메일 주소

※ 여러명에게 보낼 경우 ‘,’로 구분하세요

메일 제목

전송 취소

메일이 정상적으로 발송되었습니다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