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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창]경제 정책과 제도는 언제나 신중하게 계획돼야 한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

[투자의창]경제 정책과 제도는 언제나 신중하게 계획돼야 한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

정부가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에 따른 기업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보완 입법을 추진하려 하자 노동계의 반발이 크다. 취임 후 3년 내 1만원까지 올리려 했던 최저임금은 3년 차인 오는 2020년 8,590원으로 결정됐다. 이때도 노동계는 크게 반발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삼성디스플레이 공장에서 열린 ‘신규 투자 및 상생협력 협약식’에 참석해 뇌물·횡령 등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인 이재용 삼성 부회장에게 투자 결정에 대해 감사를 표시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정부가 추진해온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다시 대기업·수출기업 우대 정책으로 바뀌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크게 보면 무엇이 문제냐고 물을 수 있다. 미중 무역협상, 일본의 수출규제 등 예기치 못했던 외부요인의 등장으로 국내 경제가 충격을 받았고 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정책 기조를 바꿀 수밖에 없었다고 얘기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들이 경제 주체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는 점은 분명 문제다. 주어진 환경에서 합리적 예상하에 계획을 세웠던 많은 경제 주체들이 기존의 계획을 변경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의 변화는 또 다른 변화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어떤 정책과 제도가 환경과 반대 의견을 반영해 바뀔 수 있다면 바뀐 정책과 제도 역시 환경과 또 다른 의견을 반영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책 변경은 새롭게 등장한 기득권에 나쁜 충격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더욱 커진다. 게다가 자칫하면 원래 의도와 다르게 포퓰리즘이라는 오명을 얻어 향후 정책의 동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

아쉬운 것은 주 52시간 근로제를 도입할 때도, 3년 내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이 나왔을 때도 여러 가지 합리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반대 의견이 있었다는 점이다. 물론 e커머스의 등장, 인공지능(AI)의 활성화 등 노동시간을 줄이는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는 현실에서 시간당 임금을 높이는 일, 일자리를 나누는 정책은 당연하다. 하지만 시간 투여가 업무의 질적인 향상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많은 업종을 고려해 세심한 근로시간·최저임금 관련 정책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던 전문가들은 그때도 많았고 지금도 많다.

예를 들어 다년간의 집중적인 현장학습이 필요한 업무의 경우 근로시간 단축은 개인의 성취 욕구를 떨어뜨리거나 집에서 회사 일에 대해 공부를 해야 하는 불편함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도 마찬가지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면 원래의 의도는 쌓여 있는 대기업의 돈이 ‘낙수’돼 수출 의존적 경제구조가 조금이라도 바뀌도록 해보자는 것이었겠지만 실제로 일부에서는 저소득층으로부터 저소득층으로 소득이 이전되는, 원래 의도와 다른 효과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대기업 정책 역시 국내 투자를 활성화하려는 좋은 의도지만 해외에서 경쟁하는 대기업들의 효율화 노력과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생길 수밖에 없다.

물론 경제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과 같아서 하나의 정책이나 제도를 고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이미 만들어진 정책과 제도라도 환경의 변화에 따라, 실제 도입 후 결과를 관찰해 바뀌어야 한다면 변화를 주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가급적이면 그 변화가 최소화되도록 하는 것 역시 정책과 제도를 만드는 쪽의 의무다. 이를 위해서는 ‘특히’ 지지하는 의견보다 반대하는 의견을 세심하게 청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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