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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Why] 북아일랜드 '피의 역사' 되풀이될라…'하이브리드 해법' 고육책 선택

■브렉시트 강경파 존슨도 외면 못한 북아일랜드

[글로벌Why] 북아일랜드 '피의 역사' 되풀이될라…'하이브리드 해법' 고육책 선택

속내 복잡한 영국

아일랜드에 ‘하드보더’ 들어서면

출입국·관세 깐깐한 심사 불가피

30년 유혈충돌의 아픈역사 의식

백스톱 폐기 대신 ‘두개의 관세’

“아일랜드의 평화는 소중하다. 브렉시트는 우리가 그 사실을 잊게 만들고 있다.” (영국 가디언)

두 차례 연기 끝에 오는 31일로 결정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시한이 코앞에 닥칠 때까지 영국과 유럽연합(EU)은 영국 연방인 북아일랜드 문제로 고심을 거듭했다. 브렉시트 이후 북아일랜드 지위가 어떻게 정해지는지에 따라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가 공존하는 아일랜드섬의 운명이 결정되는데 이 문제가 결코 간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강경 브렉시트론자인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마저 북아일랜드를 브렉시트 이슈에서 쉽게 빼내지 못할 만큼 북아일랜드는 아일랜드섬의 평화를 좌지우지하는 중대 과제다. EU는 17일(현지시간) 정상회의에서 만장일치로 브렉시트 초안을 승인했다. 존슨 총리와 EU가 EU 정상회의 직전 합의한 브렉시트안은 이제 영국 의회로 넘어갔다.

지난 2016년 6월 국민투표에서 결정된 브렉시트가 3년4개월째 이행되지 못한 것은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간 국경장벽이 몰고 올 파장 때문이었다. 지금은 두 곳 모두 EU 소속이어서 단일시장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브렉시트가 실행되면 499㎞에 이르는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의 국경에서 깐깐한 출입국·관세 심사가 이뤄져야 한다. 엄격한 통행과 통관절차가 적용되는 국경을 뜻하는 하드보더(hard border)가 들어선다는 뜻이다.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브렉시트를 추진하는 영국연방 북아일랜드가 같은 섬에 있어 이 같은 국경 출입국·관세 절차는 불가피하다.

새 브렉시트안에서 북아일랜드가 어정쩡한 위치에 서게 된 것도 이런 고민에서 비롯됐다. 이번 EU 정상회의 기간 중 합의된 브렉시트안은 북아일랜드에 ‘두 개의 관세체계’를 동시에 적용하는 이른바 ‘하이브리드 해법’이다. 영국과 EU라는 두 개의 서로 다른 관세체계를 북아일랜드에 두겠다는 것이다. 북아일랜드에 법적으로는 영국 관세를 적용하되 실질적으로는 EU 관세·규제체계 안에 남기는 기형적 방식이다. 예를 들어 북아일랜드에 들어오는 상품이 영국이 아니라 최종적으로 EU 지역으로 갈 경우 이 상품에 대해서는 EU 관세율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이 같은 협정을 시행한 지 4년이 지나면 북아일랜드 의회가 계속 적용 여부를 투표로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과거 브렉시트 협상 과정에서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사이에 관세장벽을 세우지 않기 위해서는 복잡한 단서들이 달려야 했다. 이 과정에서 이른바 ‘백스톱(backstop)’으로 불리는 ‘완충장치’ 단서가 문제가 됐다. 야구의 포수 뒤에 쳐놓은 그물망을 뜻하는 백스톱은 영국 뒷마당인 북아일랜드는 물론 영국 본토 전체에 일종의 관세 완충 보호지대를 만들겠다는 방안으로, 전임 테리사 메이 정부 때 합의안에 담겼다. 하지만 존슨 총리는 백스톱으로는 영국이 언제 EU를 떠날지 알 수 없다는 이유로 이를 폐기하고 ‘두 개의 관세체계’를 고안했다. 메이 전 총리는 백스톱 조항이 담긴 합의안이 세 차례나 의회에서 부결되자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긴장하는 북아일랜드

관세체계 이원화땐 어차피 혼란

상품비용 증가 피해 확산 뻔하고

연방 내 국경 세워 ‘고립’ 우려도

DUP, 존슨 계획 반대할 수밖에

브렉시트 시한이 2주도 채 남지 않은 시점까지 양측이 북아일랜드 문제로 씨름한 것은 근본적으로 북아일랜드 유혈충돌을 막은 벨파스트 협정(굿프라이데이 협정)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가톨릭 국가인 아일랜드가 잉글랜드 출신 개신교도의 이주에 반발해 1949년 영국연방에서 완전 독립했지만 개신교도들이 많은 북부 6개 주는 영국에 잔류하면서 아일랜드섬은 두 개로 쪼개졌다. 하지만 북아일랜드에서 1969년부터 가톨릭교와 개신교 간 충돌이 끊이지 않았고, 급기야 1972년 1월 북아일랜드에서 영국군이 비무장 아일랜드계 주민에게 실탄사격을 가하면서 14명이 숨지는 ‘피의 일요일’ 사건이 터졌다. 보복으로 무장투쟁 조직 북아일랜드공화국군(IRA)이 북아일랜드를 아일랜드와 통일시켜야 한다며 폭탄 테러를 일으키는 등 잔류파와 독립파 사이에 30년간 충돌이 이어졌고 3,6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영국과 아일랜드는 이를 막기 위해 1998년 벨파스트 협정을 맺고 영국은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간 자유로운 통행을 보장하는 대신 아일랜드는 북아일랜드 6개 주에 대한 영유권을 포기했다.

‘피의 일요일’을 기억하는 북아일랜드 주민들은 브렉시트 이후 대혼란이 벌어질 수 있어 잔뜩 긴장하는 모습이다. 다른 연방과 달리 북아일랜드는 아일랜드섬에 떨어져 있다는 지리적 한계로 정치·경제적 혼란이 극심할 수밖에 없다. 이런 역사적 배경을 안고 있는 북아일랜드는 영국의 브렉시트에서 자신들만 소외되고 싶지 않다는 의지가 강하다. 북아일랜드 정서를 기반으로 한 북아일랜드 민주연합당(DUP)은 EU 국가인 아일랜드가 아닌 영국과 일심동체로 남아 있기를 고집하고 있다. 한때 ‘노딜’ 브렉시트 공포가 확산되자 북아일랜드 경찰들 사이에서는 “IRA 테러리스트들이 국경 지역에 설치될 통관시설로 영국 경찰을 유인한 후 공격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왔다.

존슨 총리는 벨파스트 협정이 흔들리지 않도록 ‘두 개의 관세체계’ 카드를 꺼냈지만 북아일랜드의 지위가 어중간하게 된 데 따른 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4개의 영국연방 가운데 북아일랜드만 다른 관세규정이 적용되는 합의안은 북아일랜드를 고립시킬 뿐만 아니라 상품비용 증가 등 피해를 확산시킬 수 있다. 보수당 연립정부 파트너인 DUP가 존슨 총리를 지지하면서도 이번 구상에 강력히 반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존슨은 의회 의석수 10개를 가진 DUP에 자신은 DUP를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득하려 하지만 DUP는 그를 믿지 못하고 있다”면서 “DUP는 EU와의 브렉시트 합의안을 얻는 대가로 북아일랜드와 영국의 나머지 연방국 사이에 국경장벽이 들어서는 상황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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