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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외칼럼
[정인교칼럼] 코로나19 이후 세계

인하대 교수·국제통상학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발한 지 석 달이 지났지만 인명 피해, 경제손실, 사회붕괴의 끝을 가늠하기 어렵다. 다행히 우리는 최악의 고비를 넘겼지만 언제 어떤 형태로 대규모 감염사태가 나올지 몰라 안심하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나라밖이다. 신규 확진자가 두 자리 수로 떨어졌지만 해외에서 유입된 확진자가 많아 출입국 관리의 중요성이 대두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국제적 충격 극복 이후 세계는 충격 이전 상태로 되돌아가는 복원력을 보여 왔지만, 이번에는 코로나19 이전과 이후 세계가 상당히 달라질 듯 하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고 인명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면역제와 치료약 개발을 위해 국제협력의 중요성이 당분간 강조되겠지만 극복 이후에는 국제협력체제 전반에 대한 관심이 약해질 것이다. 코로나19가 강타한 전세계적인 충격에 대해 국제기구는 너무나 무기력했고, 어떤 측면에서는 사태를 악화시켰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질서는 각종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유지됐다. 하지만 감염병 퇴치와 국제협력을 선도해야 할 세계보건기구(WHO)는 기구 명칭에서 ‘세계(World)’를 떼던지 차라리 ‘W’를 ‘C(China)’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로 어설프고 왜곡된 행동을 보였다. 무능을 덮기 위해 엄청난 희생을 치른 국가들을 바이러스 퇴치 성공 사례로 홍보하고는 있지만 이번 사태의 책임론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코로나19는 개별 국가의 방역 역량과 노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줬지만 국제적 협력 체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은 국제관계에 적잖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독일 등이 초토화됐지만 많은 인력과 예산을 운용하는 유럽연합(EU)이 한 조치라곤 건물 폐쇄뿐이었다.

발병 초기 관련 정보를 국제기구에 통보하고, 국제적 협력체제를 가동해야 할 중국이 오히려 사실을 은폐함으로써 전세계로 바이러스를 확산시킨 책임론이 제기되면서 미중 갈등이 새로운 양상으로 접어들 것이다. 중국은 8일 우한 봉쇄를 푼 후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를 열어 코로나19 종식을 선언할 예정이다. 미·중 갈등으로 주춤했던 체제 우월성을 강조함으로써 정부의 강제조치에 대한 내부 불만을 해소하고 정치적 안전을 모색하고자 할 것이다. 유럽과 미국 등 사회 통제력이 약한 서방 세계의 문제점을 지적하면 체제경쟁이 다시 불붙을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에도 세계화는 지속되겠지만 그 양상은 달라질 수 있다. 경제성에 기초한 필수의약품과 예방약 개발을 기업에게 맡길 것이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해야 한다는 인식이 높아질 것이다. 각종 무역협정에서 필수의약품에 대한 지식재산권 규정 개정 논의도 필요할 것이고, 작은 정부보다는 큰 정부로의 회귀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국적 기업의 가치사슬도 위험 수준을 고려해 재조정되고 종교 행사, 장례식 등 많은 사람이 모이는 행사도 사회적 위험을 고려해 새로운 형태로 바뀔 수 있다.

마스크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정도로 사태를 오판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극복을 세계대전으로 비유하고 특단의 대책을 쏟아내며 국가적 방역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여론은 트럼프에게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예년 같으면 11월 대선을 앞두고 전국을 누비면서 선거운동을 해야 할 시점이지만, 코로나 극복 활동이 트럼프에게는 최고의 선거운동이 되고 있다. 속이 타드는 것은 민주당 후보로 부상한 조 바이든 부통령이다. 무엇보다 이동제한으로 선거운동을 할 수 없으니 자신의 정책을 알릴 기회가 없다.

하지만, 트럼프는 연일 언론에 등장해 세계대전을 진두지휘하는 총사령관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트럼프가 재집권한다면 세계질서를 흔들 가능성이 높다. 독일 백신업체의 미국화 시도에서 보듯이 트럼프는 자국으로의 리쇼어링을 강화하고 중국에 대해서는 코로나 책임론을 제기하면서 집권 1기 못지 않은 미중 갈등을 야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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