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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스포츠문화
평생 바느질하던 할머니는 닥치는대로 꿰맸다

김선기 개인전 '나의 할머니, 오효순'

사진위주 류가헌 전시2관, 12일까지

바느질로 6남매 키운 할머니

치매로 기억잃고 닥치는대로 꿰매

할머니 기억,교감하려는 손자의 15년 기록

김선기의 2012년작 ‘나의 할머니,오효순’ /사진제공=류가헌




1924년에 태어나 일제 치하에서 10대 시절을 보냈고 20대에 6·25전쟁을 겪었다. 살아볼 만하겠다 싶었더니 남편이 세상을 떠났고 혼자 먹여 키워야 할 6남매만 남았다. 성하게 남은 손톱이 없을 정도로 평생 바느질을 해 자식들을 키웠다. 이제 편하게 여유있게 살 수 있게 된 할머니에게 치매가 찾아들었다. 처음에는 귀가 잘 들리지 않는다 했고, 나중에는 기억과 인지능력을 잃어갔다. 사람도 추억도 다 잊었건만 밥벌이로 해 온 바느질의 기억만 남았다.

할머니는 성치 않은 손으로 바늘이 들어가는 것이면 무엇이든 움켜쥐고 꿰맸다. 어릴 적 갖고 놀던 곰인형 얼굴에 삐뚤빼뚤 바느질 자국이 남은 이유다.

김선기의 2012년작 ‘나의 할머니,오효순’ /사진제공=류가헌


방송국 촬영감독이자 사진작가인 김선기가 손자의 눈으로 아픈 할머니의 말년을 기록한 사진전 ‘나의 할머니, 오효순’이 오는 12일까지 종로구 자하문로 사진위주 류가헌의 전시2관에서 열린다. 애잔하고 뭉클한 흑백사진 40여 점이 걸렸다. 할머니는 15년간 치매를 앓다 95세이던 지난해 3월 세상을 떠났다. 이번 전시는 할머니의 1주기를 기억하는 자리인 셈이다.

‘아픈 할머니’와 살게 된 손자와 가족들은 할머니의 이상행동을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았다. 할머니는 이유없이 집을 나서 거리를 방황했고, 서랍을 모조리 꺼냈다 넣기를 반복하기도 했다. 손자는 아픈 할머니를 기록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카메라를 그 교감의 수단으로 삼았다. 처음에는 카메라를 향해 육두문자를 쏟아내던 할머니도 어느 순간부터는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게 됐다고 한다.



할머니를 따라다니는 손자의 눈길은 그윽하다. 멀리서도 할머니를 놓치지 않고 바라본다. 쇠잔한 할머니를 어루만진 사진에서 가족의 의미, 노년의 가치가 감지된다. 십 수년의 시간을 가로지르는 사진 속에서 할머니는 사그라들었고 손자는 장성해 결혼을 하고 가정도 이뤘다.

박미경 류가헌 대표는 “우리 사회의 이런저런 다양한 실상들을 영상으로 기록해 전파하는 일을 하는 작가이기에 자신의 사적 사연을 담은 작품이지만 우리가 함께 나누고 생각해야 할 질병, 늙음, 돌봄, 죽음에 관한 공적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소개했다.

김선기의 2005년작 ‘나의 할머니,오효순’ /사진제공=류가헌


전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별도 행사없이 조용히 개막했다. 작가는 작업노트의 말미에 “할머니 1주기를 맞아 산소에 꽃을 심었다. 화분에 담겨있던 풀과 꽃이 땅에 뿌리를 내리자마자 벌이 찾아왔다. 할머니께서 찾아와 인사를 한 것처럼 따뜻한 봄바람이 가족에게 불었다”고 적었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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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레저부 조상인 기자 ccsi@sedaily.com
친절한 금자씨는 예쁜 게 좋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현대미술은 날 세운 풍자와 노골적인 패러디가 난무합니다. 위작 논란도 있습니다. 블랙리스트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착한미술을 찾기 위해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미술관, 박물관으로 쏘다니며 팔자 좋은 기자. 미술, 문화재 전담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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