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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금융재테크
금퇴족 VS 흙퇴족, 슬라이딩 도어즈 앞에 선 당신의 선택은

퇴직했음에도 남은 인생이 든든한 '금퇴족'

빠른 연금가입으로 남들보다 56만여원 더 소비

공부한만큼 보장되는 노후생활

영화 ‘슬라이딩 도어즈’는 순간의 선택이 가르는 인생의 숨은 ‘맛’을 이야기한다.




커리어우먼 헬렌(기네스 펠트로 분)은 상사의 맥주 여섯 캔을 다 마셨다는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해고를 당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 플랫폼에 선 헬렌은 선로로 들어오는 지하철을 바라보면서 탈지, 말지를 고민한다.

지하철을 타고 귀가한 헬렌은 남자친구의 외도를 목격하게 되고 집을 뛰쳐나간 뒤 지하철에서 우연하게 만난 제임스라는 남자와 운명 같은 사랑에 빠진다. 반면 지하철을 놓친 헬렌은 노상에서 강도를 당해 병원에 실려간다.

순간의 선택이 가르는 인생의 운명. 영화 슬라이딩 도어즈가 전하는 인생의 숨은 맛(?)이다.

흔히 인생은 후반전이 멋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젊음을 바친 일터를 뒤로 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인생 후반전의 든든한 버팀목은 누가 뭐래도 풍족한 노후자금이다. 여유로운 노후를 위해 지금 이 순간, 우리는 무슨 대비를 하고 있는지 자문해보자.

해고통보를 받고 귀가하려는 헬렌이 선로에 진입한 지하철에 타기 위해 손을 내민다. 지하철을 타느냐, 마느냐에 따라 그녀의 운명은 엇갈린다.


하나금융그룹은 지난 11일 100년 행복연구센터를 발족 시키며 흥미로운 보고서를 내놨다. ‘대한민국 퇴직자들이 사는 법’이란 제목이 붙은 생애금융보고서는 금융 데이터로 풀어낼 수 있는 이 시대 퇴직자들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특히 100년 행복연구센터가 연구조사를 진행하며 새롭게 만들어낸 금퇴족이란 신개념어가 눈길을 끈다.

일터에서 물러난 50대 이상 퇴직자 중 스스로 노후자금이 충분한다고 평가한 사람, 그들은 금퇴족이라 불린다. /사진제공=하나금융 100년 행복연구센터


재운을 물고 태어난 이들을 일컫는 금수저에서 차용한 듯한 금퇴족은 생애 주된 직장, 그러니깐 20대 후반에서 50대 후반까지 살아오면서 주된 소득원 창구에서 은퇴한 50대 이상 퇴직자 가운데, 스스로 노후자금이 충분하다고 평가한 사람들을 일컫는다. 100년 행복연구센터는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꼼꼼한 질문항목을 통해 이들이 어떻게 ‘흙퇴족’과 다른 종족으로 진화할 수 있는지를 분석했다.

1. 누가 뭐래도 연금

돈은 잠길 때 돈이 아닌 숫자가 된다는 말이 있다. 돈은 돌아야 돈이다. 돈이 일하게 만들어야 자산이 쌓인다.

보고서에 따르면 금퇴족의 월평균 지출 생활비는 약 307만9,000원으로 전체 퇴직자 평균인 251만7,000원보다 56만2,000원 가량 높다.

금퇴족들은 차액만큼을 경제활동이 아닌 금융자산을 활용해 보전한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모아놓은 금융자산으로 생활비를 충당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금퇴족은 62.2%로 전체 평균(40.8%) 대비 20%포인트 이상 높았다.

금퇴족들은 특히 연금을 최우선 금융자산 상품으로 활용한다. 금퇴족 중 연금으로 생활비를 충당한다고 응답한 비율(47.1%)은 무려 절반에 가깝다. 반면 전체 퇴직자의 절반 이상(56.2%)은 예금으로 생활비를 메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퇴족들은 일자리가 아닌 장기간 불입해온 금융자산으로 노후 소득원을 마련한다. /사진제공=하나금융 100년 행복연구센터


2. 얼리 버드(Early Bird)가 돼라

일찍 일어나는 새처럼 금퇴족은 연금가입 시기가 상대적으로 빠르다. 참고로 여기서 말하는 연금이란 국민연금을 제외한 퇴직연금, 연금저축, 개인연금 등과 같은 사적연금을 말한다.

조사결과를 보면 35세가 되기 전부터 노후준비 차 연금에 가입했다고 응답한 금퇴족 비율은 34.1%로 일반 퇴직자 평균 15.6% 대비 두 배 이상 높았다. 흥미로운 점은 ‘노후준비를 한 적이 없다’고 응답한 금퇴족의 비율이 6.1%로 조사됐는데 연금 없이도 여유로운 노후생활이 가능한 ‘태생적 금수저’들로 짐작 된다.

금퇴족일수록 연금활용 정도가 강하다는 증거는 과거 연령대별 연금활용 비중을 보면 더욱 확연하다. 금퇴족 5명 중 1명은 25세 미만부터 연금에 가입했으며 늦어도 41~45세 사이에 2명 중 1명 가량이 연금시장에 진입했다.

금퇴족들은 주로 연금상품을 통해 소득원을 마련한다. /사진제공=하나금융 100년 행복연구센터




3. 공부해서 손해 안 본다는 선인들의 지혜는 옳다

안정적 노후 대비를 위한 수단으로 연금이 1순위로 각광을 받아서 그렇지 금퇴족들은 주식, 펀드, 파생상품 등 다양한 투자금융자산으로 무장하는 경향이 짙었다. 이들이 금융자산 활용에 적극 나서는 배경은 높은 학구열과 여기서 축적한 금융지식이다.

금퇴족의 25.6%는 스스로 투자지식과 정보보유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는데 일반 퇴직자의 경우 이 비율이 7.0%로 턱없이 낮았다.

금퇴족이 투자금융 지식을 쌓는 채널은 크게 4가지로 조사됐다.

이들은 금융회사가 제공하는 설명회를 열심히 찾아다니고 지인의 소개를 적극 흡수했다. 또한 인터넷 검색을 활용해 수시로 투자정보를 습득하고 경제·재테크 서적을 섭렵하며 신규 투자자산, 절세법 등을 연구했다.

금퇴족 중 절반 가까이(45.1%)는 금융회사의 자산관리 전문가와 상담해본 경험이 있다고 응답해 노후자산 마련을 위한 적극성을 띄었다. 이들이 상담한 전문가들은 보험(70.3%)-은퇴자산운용(45.9%)-세금관리(37.8%)-상속 및 증여(16.2%)-부동산 관리(13.5%) 순으로 나타났는데 인생 2모작을 염려하는 독자라면 자신이 얼만큼의 적극성을 갖고 자산증식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한번 즈음 되돌아볼 필요가 있겠다.

금퇴족들은 금융전문가들을 통해 틈틈이 금융지식을 습득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진제공=하나금융 100년 행복연구센터


4. 주택은 노후재원의 비상금

노후대비 자산 중 부동산 항목도 빠질 수 없겠다. 금퇴족이 내비치는 자신감의 바탕에는 부동산도 큰 자리를 차지한다.

대부분의 금퇴족은 본인 또는 배우자 명의의 자가주택을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생애 첫 주택 마련 시기가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를 보면 금퇴족의 92.7%는 자가주택을 갖고 있고 절반에 가까운 46%가 34세 이전에 생애 첫 주택을 마련했다.

노후대비책 중 주택이 중요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해석해볼 수 있다.

우선 주택마련이 선사하는 심리적 안정성, 그리고 주택마련에 따른 불필요한 지출방지, 자산으로서 부동산 가치 점증적 상승 등이 긍정적인 요소다.

마지막으로 주택은 노후자금의 출처로서도 기능한다. 금퇴족의 절반 가까이인 46.1%는 주택연금 활용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자산이 안정적 노후를 위한 정기적 소득원이라면 주택연금은 금융자산 활용이 불가능할 경우를 대비한 비상금으로 이해할 수 있다.

금퇴족들은 이른 시점에 자가주택을 마련하는 경향을 보였다. 자가거주는 금퇴족이 되는 필수조건이다. /사진제공=하나금융 100년 행복연구센터


5. 임대소득으로 화룡점정을 찍다

돈이 일하게 만드는 방법이 비단 금융자산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많은 금퇴족들은 부동산을 통해서 현금흐름을 창출한다.

보고서는 금퇴족의 72%가 거주주택 이외에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임대소득으로도 생활비를 마련하는 경향이 짙었다. 일자리와 금융상품이란 주된 소득원에다가 부동산이라는 재원을 탑재해 소득원의 분산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종류별로는 주택(47.6%)을 가장 많이 보유했고 토지(25.6%)-상가(13.4%)-오피스텔(12.2%) 등이 뒤를 이었다.

영화 ‘슬라이딩 도어즈’에서 헬렌의 운명은 움직이는(sliding) 지하철 문(doors)에 진입하느냐, 지나쳐 보내느냐에 따라 엇갈리기 시작한다. 운명의 장난 앞에서 헬렌은 그저 수동적인 존재인 것이다. 그러나 당신이 금퇴족이 될 것인지, 흙퇴족이 될 것인지는 운명이 아닌 당신의 판단, 노력, 그리고 행동에 달려 있다. 우리는 준비한 만큼 탄탄한 노후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뜻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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