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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외칼럼
[김형철의 철학경영] 엉뚱한 곳에서 답을 찾아라

전 연세대 교수

<129> 해답은 어디에...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은 복잡

문제 어디 있는지 모를때 많아

해답 종종 예상 못한 곳서 나와

올바른 문제 의식 갖고 행동을

김형철 전 연세대 교수




깜깜한 밤이다. 한 사람이 가로등 불빛 아래에서 뭔가를 열심히 찾고 있다. 지나가던 나그네가 묻는다. “무엇을 찾고 있나요?” “열쇠요.” 그래서 둘이서 열심히 찾았다. 한 시간이 넘도록 찾아도 나오지 않자 나그네가 다시 묻는다. “여기서 잃어버린 것이 확실합니까?” “아뇨. 사실 저쪽에서 잃어버렸는데 여기서 찾는 것이오.” “그건 왜 그런 건가요?” 돌아오는 답변이 기가 막힌다. “저쪽은 어두워서 잘 볼 수가 없고 여기는 불이 환하게 밝으니까요.” 문제점과 관계없는 해결책을 계속 강구하고 있는 사람들을 비판할 때 흔히 나오는 이야기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난다. 그런데 궁금한 게 하나 있다. 그 주인은 열쇠를 과연 찾았을까. 필자는 그 주인이 결국 찾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잃어버린 장소만큼은 알고 있으니까.

손님 한 명이 골동품 가게에 들어선다.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물건 하나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표시한다. 가장 눈에 띄는 매대에 전시된 물건이다. 그 물건은 어느 시대의 것이고, 얼마나 희귀한 것이고, 예술적 완성도가 얼마나 높은지에 대해서 손님이 물어보면 주인은 신이 나서 설명을 한다. 이렇게 2~3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그리고 이윽고 손님이 묻는 마지막 질문. “가격은 얼마죠?” 주인의 답변에 협상은 바로 깨진다. 너무 고가다. 손님은 가게 밖으로 나가려다가 저쪽 구석에 처박혀 있는 물건 하나를 가리킨다. “저건 얼마죠?” 별로 비싸지도 않은 물건이라서 대충 얼마라고 말한다. 손님은 아무 말 없이 그것을 산 후 가게를 나선다.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과연 그 주인은 그다음부터 어떻게 했을까. 눈에 잘 띄지 않는 엉뚱한 곳에도 그런대로 좋은 물건을 배치해두기 시작한다. 손님으로부터 받은 레슨은 바로 실천한다.





어느 공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매출이 자꾸 줄어든다. 기존 고객들이 재구매를 하지 않는 것이다. 사태가 심각하다고 느낀 사장은 바로 회의를 소집한다. 가장 많이 검토된 해결책은 결국 두 가지로 압축된다. 가격이 너무 비싸다. 품질이 별로다. 그러면 둘 중에 어느 쪽으로 방향을 잡을까. 또 격론이 벌어진다. 가격팀·품질팀으로 나눠서 분임토의도 또 벌였다. 12시간 해커톤 끝에 나온 결론은 “우리끼리만 이야기하고 결정할 것이 아니라 우리를 버린 고객들에게 한 번 물어보자”는 것이었다. 그랬더니 의외로 가격과 품질에 대한 불평은 별로 없고 대신 이런 불평들이 쏟아졌다. “상담하는 공장 사무실 의자가 너무 아프다. 커피머신이 무슨 한약탕 제조기인 것 같다. 너무 시끄러워서 말을 못 알아먹겠다.” 답은 엉뚱한 곳에 있다.

필자가 미국에서 유학할 때였다. 급체를 해서 도무지 아무것도 입에 들어가지를 않았다. 기말고사는 다가오고 공부는 해야겠는데, 배는 동산만큼 불러올라 온다. 아마 가스가 찬 것 같다. 명치 끝은 송곳으로 찌른 듯 아프다. 약국에서 소화제를 사 먹어도 효과가 없다. 밥을 이틀째 굶어 봐도 안 된다. 할 수 없이 중국계 한의사를 찾아갔다. 커다란 침으로 어딘가를 찌른다. 내 예상이 전혀 빗나가는 그런 곳에 침을 놓는다. 침 쇼크가 왔는지 살짝 정신이 혼미해졌다. 깨어나서 집에 돌아왔더니 거짓말처럼 싹 나았다. 우리 몸은 오묘하게 연결돼 있어서 ‘엉뚱한’ 곳에 침을 놓는 것이다.

우리의 현실은 사실 더 복잡하다.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를 아예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철학자들이 올바른 문제의식을 늘 강조하는 이유다. 우리는 다른 모든 가치를 희생해서라도 불평등을 없애야 하는 것일까. ‘부동산 폭등’ 두더지가 툭 하고 나오면 망치는 쿵하고 내려친다. 교육 불평등 두더지도 마찬가지다. 튈 때마다 더 큰 망치로 친다. 결국 다 부숴버린다. 암환자에게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리는 처방을 한다. 수치가 뚝 떨어진다. 그런데 암환자가 죽어 버린다. 이런 처방을 할 의사는 없다. 불평등은 절대 없앨 수 없다. 왜냐고. 불평등을 없애겠다고 약속하는 사람들이 더 빠른 정보와 더 많은 권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불평등은 누가 없앨 것인가. ‘동물농장’에서 돼지들이 한 행동을 잘 지켜봐야 한다. 해답은 종종 엉뚱한 곳에서 튀어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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