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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금융
[뒷북경제] 혈맹의 배신? 오래된 입장? ‘수출규제 분쟁’ 日 편든 美 속내는

美 "수출규제, 안보 목적이면 WTO 심사 대상 아냐"

패널 '법정 다툼' 앞두고 일본 입장 지지... '중대변수' 떠올라





“오직 일본만이 자국의 본질적인 안보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판단할 수 있다(Only Japan can judge what is necessary to protect its essential security interests).”

이 발언은 수출규제를 둘러싼 한일 간 분쟁을 다룰 ‘패널(1심 재판부 격)’ 설치가 합의된 스위스 제네바 세계무역기구(WTO) 분쟁해결기구(DSB) 회의에서 나온 것입니다. 일본이 한 말이냐고요? 예상과 달리 이 말은 미국 대표가 한 것입니다. 미국 대표는 “WTO가 70년간 피해온 안보 관련 사안 불개입(입장)을 곤란에 빠뜨리고 WTO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한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안보 저해 우려’는 일본이 지난해 7월 수출규제를 시작하고 한국을 수출심사 우대국(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하면서 가장 중점적으로 내세웠던 근거인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미국이 일본의 손을 들어준 셈입니다. 분쟁 당사국도 아닌 나라가 이례적으로 말이죠.

스위스 제네바 세계무역기구(WTO) 본부 전경. /연합뉴스


담당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즉각 ‘미국이 일본 편을 든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의 반박을 내놨습니다. 미국은 WTO의 전신인 관세무역 일반협정(GATT) 체제 때부터 ‘WTO의 안보 문제 불개입론’을 펴왔고, 이번 입장 역시 그 연장선일 뿐이라는 것이죠. 또 미국 스스로가 안보를 이유로 각국에 관세 부과 등 무역제재를 단행하고 있는 만큼 자국에 유리한 논리를 편 것이라는 해석도 덧붙였습니다. 미국은 유럽연합(EU)과 캐나다 등으로부터 피소된 철강 232조 분쟁에서 ‘안보 예외’를 반박의 논거로 삼고 있으며, 중국 화웨이에 대한 제재나 최근 중국의 동영상 공유 애플리케이션 ‘틱톡’을 미국에서 금지하겠다고 발표했을 때도 근거로 안보 저해 우려를 내세웠습니다.

그런데 그뿐일까요? 미국의 이 같은 입장이 다시 격랑에 휩싸인 한일갈등에 중대 변수가 될 것이라는 우려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송기호 법무법인 수륜 변호사는 “공식 회의 석상에서 미국이 특정 사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발언한 데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 지난해 말 한일 양국이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두고 일촉즉발의 갈등을 빚을 당시 미국이 ‘지소미아 종료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결과적으로 지소미아 효력 조건부 유예로 이어진 바 있습니다.



송 변호사에 따르면, 미국은 전에도 수출규제 분쟁을 한국과 일본이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공식 입장을 전에도 밝힌 바 있습니다. 지난 6월 일본 수출규제에 대한 한국의 WTO DSB 패널 설치 요청 첫 번째 회의에서 입니다. 당시 미국은 입장문을 통해 “우리는 국가 안보에 관한 문제들에 주목한다... WTO 분쟁 해결의 판결에 적합하지 않은 사항이다. 미국은 당사자들이 이 분쟁에서 제기된 문제들을 WTO 분쟁 해결의 맥락 밖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결국 미국은 수출규제 갈등을 WTO 분쟁 대신 대화로 해결하라는 메시지를 재차 던진 것인 셈이죠.

지난해 11월23일 G20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한 강경화(왼쪽) 외교부 장관이 일본 나고야호텔에서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과 악수한 뒤 돌아서고 있다. /연합뉴스


앞으로 패널에서 일본과 치열한 다툼을 벌여야 하는 우리로서는, 강대국인 미국의 부정적 입장이 또 다른 장애물로 작용할지 우려되는 대목입니다. 보호무역주의를 천명한 미국의 WTO 내 위상이 다소 줄어든 것은 사실이나 여전히 각 회원국의 여론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죠. 미국 역시 중도 사퇴를 선언한 호베르투 아제베두 WTO 사무총장의 대행으로 자국 출신인 앨런 울프 사무차장을 고집하며 노골적으로 WTO에 대한 영향력 유지의 뜻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사실상 ‘업무정지’ 상태에 빠진 상소기구 탓에 WTO의 분쟁해결 기능이 마비된 점을 고려하면, ‘대화로 풀라’는 미국의 말이 아예 틀린 것은 아닙니다. 일제 강제징용 가해기업인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의 자산압류가 가시화하며 한일 갈등은 최고조로 향하고 있음을 감안해 서둘러 대화를 통한 외교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죠. 그러나 이제 싸움을 시작하려는데 우방, 그것도 ‘혈맹’이 상대방의 편을 들고 나섰다면 이는 쉽게 볼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정부는 미국이 ‘WTO 안보 불개입론’을 펼 것을 미리 알았던 만큼 WTO 제소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이미 고려됐다는 입장입니다. 그렇다면 대처 방안도 갖고 있을 것 같습니다. 정부가 어떤 전략을 전개할지 주목됩니다.
/세종=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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