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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식탁먹거리와 ‘소부장’

정상범 논설위원

'폐가리비 쓰레기'에 환경오염 심각

靑게시판에 ‘일본산 수입금지’ 호소

그린뉴딜 차원서 국민 안전 챙기고

바다 살리는 국산소재 개발 절실해





얼마 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이색적인 글이 올라왔다. ‘방사능이 담긴 가리비껍질 수입을 막아 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은 경남 통영 곳곳에 굴과 가리비 껍데기가 산처럼 쌓여 환경오염이 심각하다는 내용이었다. 폐가리비가 도로로 쏟아져나와 차량 주행을 방해한다는 호소도 담겨 있었다. 청원인은 가리비가 주로 일본에서 들어온다는 문제점도 거론했다. 우리가 일본에서 버리는 쓰레기를 돈 주고 사 오는 게 말이 되느냐는 항변이다.

우리나라는 한 해 생산량만 34만톤에 이를 정도로 대표적인 굴 생산국가다. 문제는 굴을 배양하는 데 쓰이는 폐가리비가 대부분 일본산이라는 점이다. 일본산 폐가리비는 인건비가 싼 중국으로 건너가 묶음 작업을 거쳐 한국 등으로 수출된다. 더 큰 문제는 1년에 한 번만 쓰고 버릴 수밖에 없어 곳곳에 ‘쓰레기 산’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이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이렇게 방치된 폐가리비는 약 20만톤에 달하고 있다. 폐가리비는 연안의 환경오염을 초래하고 민원을 유발하는 골칫덩어리가 된 지 오래다. 어민들은 폐기물의 심각성을 절감하고 있지만 막대한 처리비용 부담에 손을 놓고 있다. 사업자가 직접 처리하거나 폐기물 처리업체에 위탁해야 하기 때문에 영세 어업인들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폐가리비의 연결고리가 실리콘으로 만들어져 바닷속 환경오염을 유발한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전의 방사능 오염수를 태평양에 방류하기로 결정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일본과 인접한 우리로서는 식탁 안전은 물론 수산물 수출마저 위협받는 상황이다. 몇 해 전에는 일본산 생물 가리비에서 카드뮴이 기준을 초과해 판매중단 조치와 함께 회수 처분을 받은 적이 있다. 일본산 수입 수산물을 국내산으로 속여 시중에 팔다가 적발되는 사례는 끊이지 않는다.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일본산 수산물이 국산으로 둔갑해 어민들에게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는 성토가 쏟아졌다. 일각에서는 한국에 들어오는 폐가리비의 일본 내 생산지역이 불분명하다는 의문까지 제기하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들은 수산 부산물을 자원화하고 친환경제품으로 재활용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폐기물로 분류할 뿐 명확한 처리기준이 없다. ‘패각 친환경처리’나 ‘해조류 부산물 재활용’이 추진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실용성 문제로 외면받고 있다. 폐타이어나 플라스틱 재질을 이용한 인공 패각 등이 시도됐으나 상용화 단계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기존의 폐가리비를 뛰어넘는 생산성을 갖추면서 낮은 가격과 친환경적인 조건을 충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일본의 수출 규제에 맞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국산화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 나름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방자치단체들도 ‘그린뉴딜’ ‘K피시’ 등을 내걸고 양식수산물의 고부가가치화와 수출 상품화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검증이 안 된 일본산 폐가리비가 굴 양식에 투입되고 ‘쓰레기 산’을 만드는 현실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사상누각에 그칠 뿐이다. 최근 우리도 첨단 수산물 양식에 잇따라 성공하면서 저렴하고 안정적인 먹거리 공급이 가능해졌다. 이제는 세계 7대 양식업 강국에 걸맞은 산업구조와 기술력을 갖춰 국민의 불안감을 없애야 한다. 정책 당국이 식탁 먹거리 분야에서도 국산화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학계에서는 도시 미관을 해치고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폐가리비에 대해 환경부담금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영세어민을 보호하면서 안정적인 생산·유통구조를 갖추자면 폐가리비를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적인 국산 소재 및 자재 개발이 급선무다. 당국의 적극적인 지원만 뒷받침된다면 재활용할 수 있고 가격경쟁력을 갖춘 제품도 생산 가능할 것이다. 우리 국민의 식탁 먹거리를 책임지고 환경도 지키는 국산화를 통해 ‘바다 소부장’이 하루빨리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ss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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