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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외칼럼
[시로여는 수요일] 완행열차

허영자

급행열차를 놓친 것은 잘 된 일이다

조그만 간이역의 늙은 역무원

바람에 흔들리는 노오란 들국화

애틋이 숨어 있는 쓸쓸한 아름다움

하마터면 모를 뻔하였지

완행열차를 탄 것은 잘 된 일이다

서러운 종착역은 어둠에 젖은

거기 항시 기다리고 있거니

천천히 아주 천천히 누비듯이 혹은 홈질하듯이

서두름 없는 인생의 기쁨



하마터면 나 모를 뻔하였지





속도의 왕국에 아직도 완행열차가 남아 있다니. 조그만 간이역이 아직껏 남아 있다니. 늙은 역무원이 여태껏 늙고 있다니. 노란 들국화도 아니고 노오란 들국화가 지금껏 멸종되지 않았다니. 겨울을 능멸하듯 건들거리며 시들지 않고 있다니. 속도의 신민들이 모를 뻔해도 될 일을 모르지 않게 되다니. 심지어 완행열차를 예찬하게 되다니. 생명이 태어날 때부터 기다리고 있는 서러운 종착역을 기다리게 하다니. ‘천천히’라는 단어가 아직도 사전에 남아 있다니. 속도보다 기쁨을 숭배하다니. 속도의 제왕인 나, ‘번갯불에 콩 구워 먹는 21세’가 기가 막혀.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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