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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외칼럼
[현정택의 세상보기] 탄소중립, 마법으로는 안 된다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온실가스 배출 미미한 원자력 발전

바이든·마크롱 앞다퉈 강조하는데

韓선 금기어...신재생에너지만 명시

탄소중립 구호만 외쳐선 소용없어

목표 달성할 실천적 계획 내놔야

현정택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주 2050 대한민국 탄소 중립 비전을 선언했다. 한 달여 전 국회에서 목표를 밝힌 후 국민에게 직접 방송을 통해 얘기한 것이다.

환경부는 그사이 국회 기후변화 포럼 소속 의원들과 탄소 중립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3개 부처 장관은 ‘2050 탄소 중립 추진 전략’을 발표했다. 에너지 주 공급원을 화석연료에서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재생에너지, 수소, 에너지 정보기술(IT) 등 3대 신산업을 육성하며 이산화탄소를 포집·활용·저장(CCUS)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 전략으로 탄소 중립이 이뤄질 수 있다고 믿는 전문가는 없다. 국회 공청회에 참석했던 청소년 기후 행동 활동가는 “현재와 미래 사이에 마법 같은 미래 기술이 나타나 지금의 문제를 뚝딱 해결해줄 것처럼 설계”됐다고 표현했다.

탄소 중립은 매우 큰 목표지만 결과는 지극히 간단한 산술로 검증된다. 통계로 나오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합산해 ‘0’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의 약 90%는 에너지 분야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관건은 온실가스를 덜 발생시키는 에너지의 사용이다.

현재 우리나라 전력의 25%를 생산하는 원자력은 온실가스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 중요 에너지원인데 정부의 탄소 중립 추진 전략에는 언급이 없다. 취임 첫날 파리기후변화협약에 재가입하겠다고 말한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차세대 원자력 발전을 공약으로 제시했고 원자력 발전 비중이 50% 넘는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에너지와 환경의 미래가 원자력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사고를 겪은 일본도 원자력 발전을 기반 전력 공급 축의 하나이며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수단으로 에너지 기본 계획에 포함하고 있다. 다만 사고 전보다 엄격한 기준으로 평가해 통과된 발전소를 가동하고 건설한다. 원전이라는 말이 금기어처럼 된 한국에서 제대로 된 탄소 중립 정책이 나올 수는 없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도 온실가스가 없다. 그래서 환경부는 국회 공청회에 오는 205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65~80%, 석탄 발전 비중 0%라는 자료를 발표했다. 지난 2019년 신재생에너지 6.5%, 석탄 발전 40.4%에서 그야말로 상전벽해를 이루겠다는 꿈이다. 기술 발전으로 신재생에너지 가격이 내려가 석탄 등 화석연료 대비 경쟁력이 나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블룸버그 신 에너지파이낸스 등 전문가 그룹이 예상하는 세계 장래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60% 정도다. 한국은 지리적인 여건으로 신재생에너지 생산이 다른 나라보다 불리해 이보다 낮춰 잡아야 마땅하다.

태양광 및 풍력 발전을 무리하게 추진할 때는 현 정부 들어 경험한 바처럼 환경 파괴도 수반된다.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는 숲을 줄여 탄소 중립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수소에너지나 탄소의 포집 기술은 상용화하기에 아직 거리가 멀고 위험도도 검증해야 하며 기술이 개발되더라도 우리 같은 좁은 국토에서는 응용하는 데 제약이 있다.

유럽연합(EU)은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55% 감축할 계획이다. 이 페이스면 2050년 배출량 제로가 어렵지는 않다. 한국은 2030년 감축 목표가 2017년 대비 24.4%에 불과한데 남은 기간 다 줄이겠다는 얘기이니 고개가 갸우뚱하게 된다.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기후 악당으로 낙인찍혔는데 목표가 미흡한 문제도 있지만 실제 감축 이행을 못 했던 원인도 크다. 이번에는 이행을 담보할 수 있는 실천적인 계획을 만들어 제출해야 한다. 그것이 국가 경제와 환경을 지키는 바른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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