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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외칼럼
[현정택의 세상보기] 돈 풀기와 돈줄 조이기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재난지원금 풀기속 은행 대출규제

금리 높은 저축銀에 돈 수요 몰려

나랏빚 늘고 금융부실 우려 커져

현정택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부가 3차 재난지원금으로 9조 3,000억 원을 풀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피해 지원이 시급해 내년 1월 초부터 신속히 집행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한다. 지난 5월 1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한 후 9월에 2차, 이번에 3차로 지원하니 넉 달 만에 한 번씩 주는 셈이다.

정부가 처음부터 정기적으로 재난지원금을 주기로 계획하지는 않았을 것이고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확산이 발생하니 그에 따른 대책 마련이 필요했을 것이다. 문제는 돈이다. 1차 때는 애초 예산 중 절약해 남는 재원을 활용하기로 했다가 지급 대상을 모든 국민으로 확대하는 바람에 국채까지 발행했고 국고가 바닥이 난 2차 때는 전액 빚으로 조달했다. 그 결과 올해 국가 채무가 846조 원으로 늘어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미국도 최근 코로나19 상황이 급속히 나빠짐에 따라 추가적인 경기 부양책을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1인당 지급액을 600달러에서 2,000달러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해 파장을 일으켰다. 민주당이 이를 위한 법안을 하원에서 통과시켰지만 상원 다수당이자 트럼프 대통령이 소속한 공화당은 인상에 필요한 5,000억 달러 재원 마련을 우려한다.

한국의 3차 재난지원금에 배정된 예산은 3조 4,000억 원이다. 지원 대상과 금액을 대폭 확대하느라 목적예비비 약 5조 원까지 끌어다 쓰게 됐다. 앞으로 추가 소요가 생기면 국채 발행이 는다는 뜻이다.

한편 은행에서는 요즘 돈줄 조이기가 한창이다. 개인적으로 급하게 돈 쓸데가 생겨 은행에 알아보니 신용대출이 거의 막힌 상태다. 금융감독원장이 은행권 총량 관리를 유지한다고 하니 앞으로도 신용 경색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소위 ‘영끌’ 부동산 구매를 막으려 시행한 주택담보대출 규제와 ‘빚투’를 막기 위한 신용대출 규제가 큰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은행이 막히자 제2금융권인 저축은행으로 수요가 몰려 올해 여신 증가 규모가 10조 원에 이른다. 울며 겨자 먹기로 높은 금리의 돈을 빌려야만 하는 수요자도 딱하지만 저축은행의 연체율 상승 등 부실 우려도 커진다. 한국은행도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향후 경기 부진이 장기화할 경우 저축은행의 빠른 대출 증가세가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는 돈을 풀고 은행은 돈줄을 조이는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은 소상공인들이다. 정부는 지원 대책으로 100만~300만 원의 현금을 지급하며 요건에 따라 저리 자금도 대출해준다고 생색을 낸다. 그러나 현금 지급액은 대부분 소상공인에게 턱없이 부족한 액수며 정부가 특별히 마련한 대출 채널은 요건도 까다롭고 이용하기 불편하다.

이들은 ‘비 올 때 우산 뺏지 않는다’는 말처럼 이 경제가 어려울 때 돈줄을 막은 은행에서 평소처럼 돈을 빌릴 수 있기를 원한다.

이 같은 모순이 발생한 원인에는 재정을 풀면 문제가 해결되고 금융도 부동산도 고용과 임금도 정부가 나서서 지도해야 한다는 대처 방식이 있다. 걱정스러운 일은 코로나19 위기로 정부 역할이 전방위로 확대되는데 국민이 부지불식 중 적응해간다는 점이다. 정부가 영업할 수 있는 업종을 정하고, 은행 대출 기한을 연장하고, 기업 출퇴근 방식에 관해 지침을 내리고 있다. 정부 돈을 쓰는 데도 받는 데도 익숙해져 용도나 금액이 커져도 걱정을 안 한다.

바이러스를 소멸하든 백신을 도입하든 하루빨리 코로나19를 종식해 경제가 정상으로 돌아오게 만들어야 한다. 제발 선거가 있는 넉 달 후 4차 재난지원금 얘기가 또 안 나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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