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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정책
재계 "지배구조 개편 정답 없는데···정부 획일적 잣대만 들이대" 발끈

■'ESG 공시 의무' 논란

2026년 모든 코스피 상장사 적용

"원칙엔 공감…경영부담 커져 우려"





금융위원회가 지난 14일 발표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관련 보고서 공시 의무 강화 계획에 대한 재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계적인 ESG 기반 투자 확대 추세에 맞춰 국내 기업의 ESG 수준을 높이자는 취지지만 재계에서는 정해진 답이 없는 지배구조에 획일화된 기준을 제시해 결국 기업 경영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15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기업 지배구조 보고서 공시 의무 대상은 2019년 연결 재무제표 기준 자산 총액 2조 원 이상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에서 오는 2022년 1조 원 이상, 2024년 5,000억 원 이상으로 확대되다가 2026년 전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에 적용된다. 처음 도입된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자율 공시 사항이었으나 점차 공시 의무가 강화되는 것이다.



보고서는 기업 지배구조 핵심 원칙에 대한 준수 여부 및 미준수 시 해당 사유를 설명하는 내용으로 12월 결산 법인은 매년 5월이 공시 기한이다. 한국거래소는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기업지배구조원·한국상장회사협의회 등의 기관들과 함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모범 규준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주요 20개국(G20) 기업 지배구조 원칙’에서 공통적으로 제시된 내용을 바탕으로 보고서 가이드라인을 확정해 2019년 4월 공개했다. 보고서에 대해 재계에서는 “정부가 만들어놓은 ‘모범 답안’을 잘 이행했는지를 공개하라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거래소가 공개한 가이드라인의 핵심 원칙은 △주주 권리 보장 △주주에 대한 공평한 대우 △이사회의 경영진에 대한 효과적 감독 △이사회 전문성·독립성 △사외이사의 독립성 등 10개다. 보고서에 함께 공개되는 핵심 지표 15개 중 일부는 현행법보다 더 강화된 내용이다. 주주총회 4주 전 소집 공고 실시, 집중투표제 채택이 대표적이다. 현행법에는 주총 소집 공고는 주총 2주 전까지 실시하며 집중투표제 역시 포함되지 않았다.



이러한 보고서 내용은 주주 권리를 강화하는 세계적인 추세가 반영됐고 그동안 많은 국내 기업들에서 소액 주주 권리가 침해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필요한 방향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기업지배구조원 중심의 획일화된 기준과 평가는 기업마다 다른 특성과 조건을 무시하는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또한 제시된 가이드라인에 맞게 지배구조를 바꾸는 것이 기업 경영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의견도 있다.

보고서 공시 의무 강화는 공시 대상 항목의 이행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한국거래소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115개 사에 대해 보고서 공시 의무화 전후의 21개 지배구조 항목 평균 준수율을 조사한 결과 2017년 16.1%에서 2019년 45.3%, 2020년 47.5%로 높아지는 추세라고 밝혔다. 상장사의 한 관계자는 “기업지배구조원이 매년 ESG 등급을 평가해 결과를 공개하고 있고 그 결과가 펀드·연기금의 투자에 영향을 미친다면 웬만한 기업들은 공시할 ESG 보고서 내용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ESG 중 지배구조뿐 아니라 E·S 관련 정보를 포함한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공시 의무도 강화된다. 한국거래소가 이달 중 정보 공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2025년까지 자율 공시 후 일정 규모 이상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공시가 의무화되며 2030년에는 전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로 대상이 확대된다. 재계에서는 탄소 배출이 많은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를 감안하면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공시 의무 강화 역시 기업 경영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기업의 부담만 늘 뿐 ESG의 수준을 올리겠다는 취지를 얼마나 달성할 수 있을지 효과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ESG 경영은 기업이 수행해야 할 사회적·도덕적 책무로 자발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맞다”며 “법 제도 안에 들어오는 순간 기업에는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특히 사회적 활동을 공시에 기재하는 항목에 따라 수치화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가령 기업이 협력사 직원에 시간과 비용을 들여 업무 역량 향상을 위한 교육을 시켜줬을 때 이를 수치로 표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기업마다 효율적인 방식으로 추구한 ESG 경영이 공시가 의무화되는 순간 활동 범위에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경훈·전희윤기자 soco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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