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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외칼럼
[시론] 한일관계 복원 첫걸음은 ‘갈등 관리’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위안부 배상 판결따라 갈등 증폭

日, 강경 대응 속 韓도 수수방관

원리주의자 목청 커지며 악순환

화해치유재단 기금 처리 방안 등

양국 열린 자세로 대화 나서야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일본 정부의 배상 책임을 명기한 위안부 판결이 확정되면서 일본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23일 “위안부 판결은 국제법에 명백히 반하는 것으로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한국 정부 주도의 시정을 요구하는 담화를 발표했다. 집권 자민당도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대신에게 일본 국내의 한국 자산 동결, 금융 제재 등을 포함한 ‘강력 대응 조치’를 요구하는 결의문을 전달했다. 일본 정부가 당장 보복에 나서지는 않겠지만 일본 재산에 대한 원고 측의 강제 집행 요구가 강화되면 한일 갈등도 증폭할 것은 분명하다.

한국에서는 일본의 반발이 날로 거세지는 것을 의아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일본의 상황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 우선 한국이 법치주의 국가인가에 대한 의문이 팽배해 있다. 그들은 한국 법 문화가 일본과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위안부 판결에 대해서도 일본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과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위반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현재 국제법의 흐름이 인권을 중시한다고 해도 일본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둘째, 스가 요시히데 정부의 정치적인 상황도 한국과의 타협을 어렵게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지지율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는 스가 총리는 국내 정치가 발등의 불이다. 또 도쿄올림픽마저 열리기 어려운 상황이 되면서 단명할 위기다. 게다가 국내 대책에 매몰돼 대한 정책에서 미지근한 대응을 한다고 일본에서 도리어 비판을 받고 있다. 스가 총리가 여론을 거스르면서 한일 관계 개선에 나설 것이라 상상하기 힘들다.



셋째,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대화 제의조차 선의로 받아들이지 않는 상황이 됐다. 스가 총리는 외교 문외한이다. 예외적으로 그가 외교에 전념한 사안이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다. 그러나 문 정부가 한일 위안부 합의를 형해화하면서 감정 악화가 시작됐다. 이어 개인청구권을 인정한 강제 징용 판결, 레이더 조사 사건, 그리고 지소미아 갈등 등 양국이 진흙탕 싸움을 지속하면서 일본 정치권은 문 정부에 대한 불신이 깊어졌다. 이번 위안부 판결이 일본의 대한 인식을 더욱 악화시켰음은 틀림없다.

이런 상황에서 위안부 판결의 정당성을 납득시키는 것은 지난한 과제가 됐다. 일본이 사죄와 반성을 해야 한다는 당연한 주장도 현실화하기 어렵다. 현실적인 위안부 해법은 일본의 사죄와 반성을 근거로 만들어진 아시아여성기금·화해치유재단의 역사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지금까지 양국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마음을 사는 사후 조치를 등한시하고 시민 단체의 힘에 눌려 갈등 관리에도 실패했다. 2015년 위안부 합의를 보더라도 아베 신조 총리는 사죄 편지를 거부했고 박근혜 대통령은 피해자조차 만나지 않았다. 문 정부는 화해를 원하는 피해자와 불만을 가진 피해자들의 대립을 수수방관하며 국내 정치에 이용하는 경향조차 있었다. 스가 정부도 여론의 눈치를 보면서 원칙론만 고집했다. 이 과정에서 원리주의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한일 갈등은 고착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결국 정부의 관리 실패로 위안부 피해자들은 한국 법원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외교적 노력을 통해 화해의 길을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 외교적 노력은 분쟁을 인정하고 성실히 상대와 대화하는 자세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강창일 일본 대사가 제안한 화해치유재단의 남은 돈 처리 방안에 대해서도 열린 자세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 법적인 해결을 위해 국제사법재판소에 함께 가는 것까지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검토해 화해의 물꼬를 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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