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이메일 보내기

보내는 사람

수신 메일 주소

※ 여러명에게 보낼 경우 ‘,’로 구분하세요

메일 제목

전송 취소

메일이 정상적으로 발송되었습니다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닫기

증권해외증시
22조짜리 레딧발 '공매도 전쟁'···게임스톱 대체 뭐길래[오지현의 하드캐리]
캘리포니아 엔시니터스의 한 게임스톱 매장. 헤지펀드의 공매도로 인한 쇼트 스퀴즈와 개미 투자자들의 콜옵션 투자가 몰리면서 게임스톱의 주가는 이달 들어 1,914% 상승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미국 서브컬쳐의 성지와도 같은 인터넷 커뮤니티 레딧이 월가와 한판 붙었습니다. 전 세계가 ‘게임스톱(GameStop)’을 둘러싼 공매도 전쟁의 추이를 긴장 속에 지켜보고 있습니다. 의회의 청문회 소집에 이어 검찰 수사까지 시작되며 사태는 정치권의 ‘월가 손보기’로까지 번지는 모양샙니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코스피(KOSPI) 역시 17거래일만 3,000선을 무너뜨리며 타격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대체 이게 무슨 난리인지, 게임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사태의 원인과 결말을 짚어보겠습니다.



①게임 팩 팔던 그 회사 게임스톱

우선 게임스톱이 대체 뭐하는 회사인지, 어쩌다 헤지펀드의 타깃이 된 건지부터 알아봅시다. 게임스톱은 전 세계에 6,700여 개의 매장을 두고 비디오게임을 판매하는 오프라인 게임 소매 체인입니다. 여기까지만 봐도 업황이 어떨지 대략 감이 오시죠. 온라인 게임 유통채널에 밀려 힘을 못 쓰면서 오는 3월까지 1,000개 매장을 정리한다고 밝힐 정도로 사세가 기울었습니다. 이에 멜빈캐피털을 포함한 일부 헤지펀드는 지난해 말부터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공매도에 나섰습니다. 공매도란 말 그대로 “없는 것을 판다”는 뜻입니다. 보유하지 않은 주식을 미리 빌려서 팔고 주가가 내려가면 싼값에 이를 사들인 뒤 갚아 차익을 남기는 투자기법입니다. 당연히 주가가 하락할 종목이 공매도의 대상이 됩니다.

/로이터연합뉴스


여기서 레딧이 나타납니다. 글타래가 이어지면서 토론을 하고 각종 인터넷 ‘밈(meme·유행하는 이미지)’을 나누는 공간인 커뮤니티죠. 주제별 토론방에서 의견 교환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디씨인사이드와 유사합니다. 여기에는 ‘월스트리트베츠’라는 주식 종목토론방이 있는데요, 이 방 구독자만 400만명 규모입니다. 헤지펀드들이 밀레니얼 세대 추억의 어린 게임스톱 공매도에 나섰다는 소식에 레딧의 ‘불개미(개인 투자자)’들이 달려들었습니다.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한 거죠. 테슬라 최고경영책임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에 게임스톱 좌표를 찍자 시간 외 거래에서 주가가 50% 넘게 급등하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 게임스톱 주식은 무려 1,700% 폭등했습니다.

예상과 달리 주가가 올라가면 주식을 공매도한 헤지펀드는 주식을 오히려 비싸게 사서 갚아야 하는 손해를 보게 되죠. 일명 ‘쇼트 스퀴즈’입니다. 헤지펀드 멜빈캐피털은 결국 지난 27일(현지시간) 37억달러(4조1,325억원)의 손해를 보고 공매도 계약을 종료했습니다. 올해 들어 게임스톱 공매도로 인한 손실 규모는 197억5,000만달러(약 22조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셔터스톡


②게임처럼 쉬운 투자로 ‘빵’ 뜬 로빈후드

개미들의 승리 서사가 이어지는 듯했지만 또 다른 논란이 발생합니다. 28일(현지시간) 거래 플랫폼인 주식 앱 ‘로빈후드(Robinhood)’가 게임스톱 거래를 아예 막아버린 겁니다.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바로 로빈후드가 시장과 직거래하는 증권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로빈후드는 미국 MZ(밀레니얼·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은 혁신적인 플랫폼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지난 2013년 설립된 로빈후드는 현재 미국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주식거래 플랫폼으로, 1,300만개가 넘는 주식계좌가 계설돼 있죠. 거래 수수료를 없애고 복잡한 거래 절차를 들어내면서 등장하자마자 많은 이들을 새롭게 주식 시장으로 끌어들였고, 대신 단타 매매나 옵션거래 같은 고위험성 거래의 치명성을 희석시킨다는 비판도 받았습니다.

/AFP연합뉴스




로빈후드는 매력적인 주식 거래 앱으로 보이지만, 사실 그 비즈니스 모델 역시 상당기간 동안 논란이 되어 왔습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소셜딜레마’는 “어떤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있다면, 당신이 바로 상품”이라며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수익구조에 대해 경고하죠. 로빈후드 역시 마찬가집니다.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로빈후드는 고객으로부터 수수료를 받지 않는 대신 고객들의 주식거래 주문을 대형 증권거래회사들에 넘겨 주문을 처리하게 해주는 대가로 보상금을 받는 ‘투자자 주식 주문 정보 판매(PFOF)’로 대부분의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로빈후드의 주문은 다른 증권사 고객보다 나쁜 가격에 처리됐고, 로빈후드는 이를 숨겨 고객을 기만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12월 6,500만달러(약 714억원)의 벌금을 냈습니다.

실제로 로빈후드가 게임스톱 매수를 차단하면서 개미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습니다. 로빈후드 측은 “회사와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해명했으나 뉴욕 검찰은 조사에 착수했고 행정부·규제당국의 모니터링, 의회의 청문회 소집 등이 이어지는 상황입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 /AP연합뉴스


③레딧 vs 월가…게임보다 더 게임 같은 상황

근본적으로 게임스톱 사태를 초래한 것은 미국 금융의 중심부, 월가에 대한 뿌리 깊은 증오입니다. 금융권 엘리트와 기관들이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돈놀이’를 일삼고, 이를 통해 개인 투자자들로부터 부를 끌어모은다는 인식에서 비롯한 거죠. 레딧에서는 이번 일이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초래한 금융회사들에 대한 복수라는 분석이 공감을 받기도 했습니다.

당시 시위대는 1%의 금융 거부들이 전체 부의 50%를 차지하는 현실에 저항한다는 의미에서 “우리는 99%”라는 구호를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경제난과 실업 문제가 들이닥쳤지만 금융가에서는 상품 판매에 대한 책임을 지기는커녕 성과급 잔치를 벌여 대중의 분노를 불렀죠. 금융위기에 대한 반발로 2011년 미국에서 일어났던 대규모 월가 점령 시위가 이번에는 게임스톱 주식 매수라는 행동으로 옮겨진 셈입니다.

미국의 월가 점령 시위대가 지난 2011년 10월 뉴욕 맨해튼에 있는 뉴욕 증권거래소 바깥 거리에서 행진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불개미들은 게임스톱을 너머 다른 종목으로도 진격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핀란드의 휴대폰 업체 노키아, 독일의 제약업체 에보텍, 영국의 출판업체 피어슨 등 종목의 주가가 잇따라 상승했습니다. JP모건은 공매도 비중이 큰 부동산 업체 마세리치, 외식업체 치즈케이크팩토리 등 45개 종목을 불개미들의 다음 타깃으로 꼽았습니다.

다만 이런 ‘자경단식 도덕’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전문가들도 많습니다. 경제는 맞물린 톱니바퀴처럼 움직여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이죠. 실제로 막대한 손해를 본 헤지펀드들이 다른 보유 주식을 내다 팔기 시작하면서 여파는 미국을 넘어 이미 세계 증시로 번지고 있습니다.

시장이 급격하게 과열되면서 ‘묻지마식 투자’로 인한 버블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투자 거장인 리처드 번스타인은 CNBC에서 현 사태에 대해 “고전적 형태의 버블로 개인들은 사실상 불장난을 하고 있다”며 “시장의 민주화가 과도한 희열을 만드는 데 기여해 아마추어 투자자를 어려운 상황에 빠뜨릴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넷 커뮤니티


아직 사태는 현재진행형입니다. 현재 게임스톱의 주가가 기업 가치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다는 데는 이견이 없습니다. 이 때문에 여전히 ‘숏 포지션(주식·옵션을 매도한 상태)’을 구축하고 있는 공매도 세력들이 버틸 수만 있다면 이득을 볼 수 있는 가능성이 남아 있습니다.

광풍이 지나가고 거품이 꺼진 자리에는 개인 투자자들의 막대한 손해가 남을 수밖에 없다는 당연한 사실을 기억해야 할 때입니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이종환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발행 ·편집인 : 이종환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