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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외칼럼
[현정택의 세상보기] 동학개미와 로빈후드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빚투'에 증시 거품·변동성 논란

동학개미에 대한 환상 거두고

IMF 권고대로 공매도 재개하길

현정택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전 청와대 정책수석




주식시장에 미담(?)이 넘친다. 한국에는 어느 국회의원의 표현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미래에 투자하고 있는 애국자’인 동학 개미가 있다. 지난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으로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 증시가 흔들리던 상황에서 주식 매수를 주도하기 시작한 개인 투자자들을 일컫는 말이다. 지난 1894년 봉건세력과 외세에 맞서 봉기한 농민운동에서 따온 이름이다. 이들 덕분에 바이러스의 와중에서 유례 없는 주가 상승을 기록하고 꿈꾸던 코스피지수 3,000을 달성했다고도 한다.

미국에는 1% 부자에 맞서 99% 서민층이 단결해 헤지펀드를 제압한 로빈후드 투자자가 있다. 전설의 의적 로빈후드의 이름을 본떠 만든 온라인 주식거래 플랫폼 가입자로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1,300만 명이 넘는다. 이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이용한 조직적인 활동으로 게임스톱이라는 회사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여 헤지펀드를 손들게 했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개인과 서민들에게 좋은 일인지, 국가가 장려할 일인지는 짚어봐야 한다. 먼저 미국을 보면 사달의 중심인 게임스톱 주가는 올해 초 18달러에서 3주 만에 400달러를 뛰어넘었다. 이 회사는 온라인보다 매장 판매를 위주로 하는 곳으로 발전성도 크지 않아 전문가들은 적정 주가를 기껏 수십 달러로 봤다.

과대평가됐다고 판단한 멜빈캐피털이라는 헤지펀드가 가격 하락을 예상할 때 사용하는 기법대로 공매도했는데 가격 상승에 베팅한 개인 투자자들의 공격으로 이 회사는 큰 손해를 보고 시장 전체도 크게 출렁였다. 이 와중에 플랫폼 운영자인 로빈후드가 의무 예치금 한도 준수 규정에 묶여 게임스톱 거래를 중지하는 바람에 고객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게임스톱 주가는 그 후 225달러, 90달러로 휘청거렸다.

누구도 승자라 할 수 없는 변동성이 큰 불안한 상태다. 그래도 미국에서는 증권거래위원회를 중심을 전문가들이 사태를 모니터하고 전문가의 지침과 규정에 따라 로빈후드 등 시장 참여자들이 대응하고 있어 걱정이 덜한 편이다.



한국에서 주식시장에 뛰어든 개인 투자자의 숫자는 700만 명에서 많게는 1,000만 명까지 빠르게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투자자 예탁금도 지난해 2월 31조 원에서 연말에 두 배로, 올해 들어 70조 원 이상으로 증가했다. 경제가 정상적으로 확장되는 국면에서 주식 투자가 늘어나는 것은 자본시장 확대 차원에서 환영할 일이지만 코로나19로 경제가 위축되는 상황에서는 결코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다.

저금리로 풍부해진 돈이 실물경제로 흘러가지 못해 증시로 쏠리고 실제적인 잠재적 실업 상태에 몰린 개인들이 생계 수단으로 주식 투자를 하게 된 결과다. 빚을 내 주식을 하는 ‘빚투’의 지표인 개인 투자자의 신용 융자 잔액도 20조 원을 넘어섰다.

증시 거품이 우려되는데 정치의 영향으로 올바른 정책을 만들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당초 3월 중순까지였던 공매도 금지를 5월 2일까지로 연장했다. 전문가가 결정해야 할 일에 청와대 국민 청원이 쌓이고 여당까지 나서 반대한 결과다. 공매도는 재무 이론의 기본으로 주식시장에 널리 통용된 헤지 기법이며 과장된 회사 실적을 바로잡는 순기능도 있다. 장기적인 증시 발전에 도움이 되는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해서도 필요하므로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달 28일 한국과의 연례 협의회 때도 권고한 대로 재개하는 것이 옳았다.

동학 개미에 대한 환상을 거둘 때다. 주가는 선거 때를 포함해 언제든 양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고 그 책임은 투자자가 진다는 점을 개인도 정부도 깨달아야 한다.

/송영규 기자 sk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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