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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외칼럼
[현정택의 세상보기] 명절을 돌려다오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中도 인원수로 만남 제한 않는데

법 내세워 명절도 '5인 모임' 금지

가족 관계 막는 방역지침 풀어야

현정택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전 청와대 정책수석




이번 주에 설 명절을 맞는다. 여느 해 같으면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찾아 온 가족이 조상에게 차례를 드리고 어른들께 세배하며 아이들은 세뱃돈도 모은다. 모처럼 만난 기회에 윷놀이를 즐기기도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덮친 올해 설에는 이러한 훈훈한 만남이 미덕이 아니라고 한다. 서울시는 전문가 간담회를 열면서까지 온라인 세배 캠페인을 벌이고 있고 ‘이번 설 세배는 면장한테 받을 테니 내려오지 말라’고 하는 지방도 있다.

방역 당국은 명절 기간에 5인 이상의 사적 모임을 금지한 지침을 지속하며 직계가족이라도 거주지가 다르면 예외 없이 적용한다고 했다. 아는 분이 얼마 전 부모님을 찾아뵀는데 이 지침을 지키기 위해 아이들을 데리고 가지 않았더니 자식보다 손주가 더 보고 싶은 부모님이 크게 실망하셨다고 했다.

설을 앞두고 아빠는 첫째를 데리고 친가에 가고 엄마는 둘째를 데리고 외가에 가는 등 머리를 쓰는 가정도 있다. 형제가 시간차를 두고 부모님 댁을 방문하는 계획도 세운다고 한다. 무슨 운동 경기나 군사 작전도 아니고 민속 명절에 이렇게 가족을 만나야 하나 싶다.

전례 없는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다른 나라에서도 거리 두기를 시행하거나 모임을 억제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그 방식에서 법률이나 당국의 지침을 앞세우는 우리와는 큰 차이가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해 크리스마스 연휴를 앞두고 국민 앞에 직접 나와 모임 자제를 당부했다. “모임이 너무 많아진다면 올해가 여러분의 할머니·할아버지와 함께하는 마지막 크리스마스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하면서. 국민의 협조를 구할 때는 기도하듯이 두 손을 모으기도 했고 수차례 고개도 숙였다.



감염병 관리와 예방에 관한 법률 조항을 내세워 정부 기관이 앞다퉈 고발하고 위반 시 과태료가 부과될 것임을 강조하는 한국과는 딴판이다. 행정안전부는 스마트폰 앱과 포털 사이트를 통해 코로나19 집합금지 조치를 위반한 영업 및 모임의 주민 신고를 받고 이를 장려하기 위해 우수 신고자에게 포상도 했다.

‘코파라치(코로나19와 남의 사생활 사진을 찍어 올리는 사람을 뜻하는 파파라치의 합성어)’ 논란이 커지자 올 들어 포상은 접는다고 했지만 처벌과 감시에 대한 피해 의식은 사라지지 않았다.

정부는 함께 사는 가족이 식당에 가서 밥을 먹을 때는 5명이 동행해도 괜찮다고 하지만 식당 측은 잘못하면 300만 원의 과태료와 확진자 발생 시 치료비까지 청구될 위험이 있어 넘는 인원을 받는 것을 꺼린다. 일일이 설명하기 귀찮아 아예 주민등록등본을 가지고 다니는 집도 있다는데 가족이 움직일 때 이런 난센스가 생기니 기가 막힌다.

정부는 설 연휴가 끝날 즈음에 방역 지침을 완화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수도권 자영업자의 영업 제한을 푸는 게 우선 고려 사항인 듯한데 차제에 가족의 만남을 막는 조치도 꼭 없애야 한다. 사회주의 중국에서도 춘제 이동 지침에 코로나19 음성확인증 지참과 건강 모니터링 등 여러 조건을 붙였지만 인원수를 기준으로 핏줄의 만남을 제한하지는 않았다.

‘사적’ 모임이라는 행정편의적 구분에 묶여 가족 간 왕래가 제한된 지 두 달이 가까워온다. 그렇지 않아도 희석돼가는 전통의 가족 관계와 명절 풍습이 사라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올가을 추석 때는 특별 방역 지침이 다시 등장하는 일 없이 풍요로운 한가위를 맞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 최소한의 필요조건인 백신 도입과 접종이 순조로이 이뤄지도록 정부가 최선을 다해야 한다.

/여론독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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