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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외칼럼
[오색인문학] 달에는'라테 아트' 대가가 있다

■별들과의 대화- 비밀의 지형 '스월'

심채경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

우유 거품으로 그린 듯 기묘한 무늬

지형 높낮이와 무관하게 보여 눈길

지구처럼 다 감싸는 자기장 없지만

달엔 산발적으로 국소자기장 존재

태양풍 입자 차폐 정도따라 생겼거나

자력선 영향 부유입자 쌓인것일 수도

2023년 달 착륙선에 韓 관측기 탑재

스월의 비밀 풀 멋진 열쇠 찾길 기대

레이너 감마 스월/나사




달에는 밝고 어두운 지역이 공존한다. 망원경이라는 도구가 발명되기 전까지는 달이 그렇게 보이는 이유가 실제로 밝거나 어두워서인지, 아니면 달에도 높고 낮은 지형이 있어서인지를 구분하기 어려웠다. 천상의 모든 것은 완전한 구(球)형이어야 한다고 믿었던 사람들은 달이 얼룩덜룩하지만 매끈한 구형이라고 주장했지만 달에도 지구처럼 산과 언덕과 움푹 들어간 지형이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들도 있었다.

이 같은 논란은 망원경이 등장하면서 해결됐다. 달의 무늬를 만들어내는 것은 실제 토양의 색과 지형으로 인한 그림자, 두 가지 요소의 공동 작품이다. 또한 태양과 지구와 달의 궤도를 이해하게 되면서 태양이 지구뿐 아니라 달도 비추고,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고 달은 그런 지구 주위를 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달에 수없이 많은 운석 충돌구 주변으로 그림자가 주기적으로 생기고 움직이고 사라지는 모습도 제대로 설명할 수 있었다.

지구에서 보는 달의 밝은 부분은 주로 밝은 사장암으로 이뤄져 있고 어두운 부분은 한때 용암의 불바다였다가 식은 현무암 지대다. 크게 보면 밝고 울퉁불퉁한 고원 지대와 어둡고 편평한 바다로 나눌 수 있다. 세부적으로 보면 운석이 충돌하며 생겨난 충돌구와 충돌 당시의 파편이 떨어진 지역, 용암이 흘러 지나간 곳 등은 토양의 색과 지형의 높낮이가 다르다. 그러나 토양의 색과 높낮이가 일맥상통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스월(swirl)이라는 지형이다.

스월은 사전적으로 ‘소용돌이’ ‘선회류’ 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달에 있는 스월은 밝고 어두운 무늬가 교차되며 흐느적거리는 듯한 형태로 마치 카페라테의 우유 거품으로 그린 그림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유독 크고 분명한 형태를 띠는 대표 주자는 지구에서 볼 수 있는 달의 앞면 왼쪽 가장자리, 폭풍의 대양 끝자락에 있는 ‘레이너 감마 스월’이다. 고혹적인 눈동자처럼 보이기도 하는 스월의 특징은 그저 아름답고 기묘한 무늬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 무늬가 지형의 높낮이와 무관하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이목을 끌어당기는 또 하나의 특징이다. 정말 라테아트처럼 편평한 지역의 토양에 소용돌이 같은 무늬가 두드러지는데 어떻게 그런 지형이 생길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정확히 설명하지 못한다.

레이너 감마 스월이 어떻게 생겨나고 유지되는가에 대한 하나의 단서는 이 지역에 국소적인 자기장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달에는 지구처럼 전구(全球)를 감싸는 자기장이 없기 때문에 달에서 길을 잃어도 나침반 같은 것은 소용이 없다. 그러나 작은 규모의 자기장은 달 표면 여기저기에 산발적으로 분포한다. 이러한 국소 자기장이 스월과 겹쳐 있는 지역은 여럿 발견됐다.

스월의 자기력선과 태양풍 입자의 상호작용 상상도/나사




달 표면의 토양은 태양빛을 받으며, 더 정확히 말하자면 태양에서 날아오는 플라스마의 흐름인 태양풍을 맞으며 점차 어두운 색으로 변한다. 이를 두고 ‘우주 풍화’로 토양이 ‘노화’된다고 표현한다. 그런데 표면에 자기장이 있다면 태양풍 입자를 막아줄 수 있다. 그런 선택적 차폐가 아주 오랫동안 벌어진다면 자기장의 분포에 따라 차폐가 덜 일어난 지역의 흙은 일반적인 경향을 따라 노화되고 차폐가 효과적으로 일어난 지역의 토양은 노화가 지연될 수 있다. 그래서 오늘날 달의 표면에서 관측되는 밝고 어두운 무늬의 스월이 생겨났을지도 모른다.

다른 이론도 있다. 달에 대기는 없지만, 표면 가까이에는 전기장 때문에 미세한 입자가 떠다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부유하던 입자가 스월 근처의 자기장을 만나면 자기력선을 따라 바닥으로 내려와 쌓이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기력선의 분포에 따라 부유 입자가 많이 쌓이거나 덜 쌓이는 지역적 차이가 생긴다. 이 같은 차이가 오랫동안 계속되면서 오늘날 보이는 밝고 어두운 무늬를 만들어낸다는 주장이다.

스월이 어떻게 형성됐는지, 어떤 기작으로 그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지는 아직 누구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 스월에 겹쳐 있는 국소 자기장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지 못한다. 아직 아무도 가까이 가서 관측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자기장 관측은 달 표면으로부터 수십 ㎞ 이상의 상공에서 이뤄졌다. 하지만 그렇게 멀리서 봐서는 이렇게 작은 규모의 자기장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없다.

우리 인류가 그동안 달 표면에 착륙선을 여럿 내려보냈지만 자기장이 있는 스월 지역에 보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자기장의 규모가 워낙 작기 때문에 아주 가까이 다가가야 세기와 형태를 측정할 수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2023년 말에 레이너 감마 스월에 착륙선을 하나 보낼 계획인데, 우리나라도 그 착륙선에 관측 기기를 싣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자기장 측정기를 하나, 그리고 달 표면에 쏟아지는 고에너지 입자를 관측하는 우주 환경 모니터를 하나 개발하고 있다. 이들 관측 기기를 통해 스월이라는 달의 비밀 한 조각을 풀어내는 멋진 열쇠를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심채경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


/여론독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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