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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외칼럼
[오색인문학] 자식 잃은 슬픔 '자선의 미술'로 달래다

■한국의 컬렉터들- 배우 겸 문화기획자 이광기

김종근 미술평론가

골동품상 아버지 덕에 미술에 눈 떠

자택 실내장식 못 마땅해 직접 구입

아들 떠난 후엔 경매 통한 자선 나서

월드비전 통해 소외계층 아이들 지원

아이티 대지진 땐 학교 세워주기도

배우 겸 문화 기획자 이광기(왼쪽)가 자신이 운영하는 ‘스튜디오 끼’에서 송정희 제주 공간 누보 갤러리 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배우 겸 문화기획자 이광기


얼마 전 노란 표지의 책 한 권이 도착했다. 한 배우가 아이를 잃고 난 후 그리움과 상처의 순간들을 눈물로 써 내려간 아버지의 자서전, 지난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신종 플루)에 걸려 불과 7살의 나이로 갑자기 세상을 떠난 아들 석규의 이야기, 완전히 뒤바뀐 인생을 울컥하게 토해낸 이광기의 에세이집 ‘내가 흘린 눈물은 꽃이 되었다’이다.

이광기, 사람들은 그를 인생 2막이 더 다채로운 연기자, 미술을 좋아하다 나눔의 길로 들어가 사진작가, 화가들을 사랑한 그림 컬렉터 그리고 문화 기획자라고 부른다.

자식을 떠나보내고 미친놈처럼 울었다는 그 오열에는 가슴을 에는 그림과 사진의 인연이 얼룩져 있다. 그때 상처들은 이후 그가 찍은 시든 꽃의 사진 작품에 그대로 다 묻어났다. 이렇게 그의 그림 사랑은 운명적이다.

실제로 그가 그림과 첫 인연을 맺은 건 2000년이다. 집을 사서 1억 원 정도 들여 실내장식을 했는데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집을 팔고 나서는 차라리 자신이 직접 그림을 사야겠다고 결심을 했다.

배우 경력 35년의 베테랑 연기자인 그가 본격적으로 미술품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취미로 미술품을 사 모으면서부터다. 하지만 미술품에 처음 눈을 뜬 것은 그 훨씬 이전이다. 서울 서대문 쪽에서 고물상을 해오신 아버지 덕분이었다. 집 구석구석에 신기한 게 참 많은 것을 보며 성장했고 이것은 자연스럽게 이광기의 예술적 취향의 일부가 될 수 있었다.

백남준 컬렉션.


심지어 인근에 사는 김구 선생님 유족으로부터 족자·궤짝·지팡이 등을 받아올 정도로 온통 골동품이나 예술품과 자연스럽게 접촉해왔다.

이런 환경에서 그는 점진적으로 컬렉션을 넓혀갔다. 주로 덜 알려진 신진 또는 중견 작가들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단순히 사는 것뿐 아니라 그 작가들과 친하게 교류하면서 하나둘 컬렉션에 숫자를 늘렸다.

촬영이 없고 시간이 날 때마다 인사동을 찾아 그림을 보며 시간을 보냈고 초기에는 ‘진화랑’에서 구사마 야요이 판화를 당시 30여만 원(현재는 2,000만~3,000만 원)에 사면서 수집에 열정을 쏟았다.

미술 애호가였던 그를 실제 미술을 통한 자선의 길로 이끈 건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그의 아들이었다.

아이티에 대지진이 났을 때 그는 현지 아이들을 돕기 위해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에 자선 경매를 진행했고 그 수익으로 그곳에 학교를 세웠다.

그때 만난 작가들이 지금 주목받고 있는 문형태·최영욱·이세현·최울가 등이다. 이광기는 문형태 작가의 가장 큰 컬렉터가 됐고 이 작가들은 모두 미술계의 블루칩 작가로 급부상했다.



이광기가 파주에 문을 연 문화 공간 ‘스튜디오 끼’.


미술 행사로도 분주한 그는 결코 컬렉터로 만족하지 않았다. 파주시에 있는 문화 공간 ‘스튜디오 끼’를 만들며 주요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유튜브에서 정기적으로 온라인 경매를 진행한다. 여기서 나온 수익금은 월드비전을 통해 소외 계층 아이들에게 전달된다.

화가·조각가들과 가까이 지내면서 그는 더 많은 기획과 컬렉션을 확보했고 더러는 재테크용으로 미술품을 모으면서 그의 컬렉션은 이제 수백 점이 됐다.

김태호 작가의 단색화.


그는 이 모두를 복합 문화 공간에서 보여주기도 하지만 미술 경매로 방송과 미술계의 징검다리 역할도 한다. ‘이광기의 예술 한 끼’라는 제목으로 하태임이나 차민영 같은 화가들을 대중에 더욱 부각시키기도 했다.

그는 아들의 사망 보험금을 지진 피해를 본 아이티에 전액 기부한 것처럼 그림을 사고팔아 얻은 수익금도 모두 기부한다.

그의 컬렉션은 스튜디오 안에서 번갈아 공개하고 있다. 며칠 전에는 작고 작가 김창렬 화백의 물방울 작품 두 점을 걸어놓고 너무나 감격해하기도 했다. 타고난 수집가임을 감추지 못하는 그의 모습이다.

이세현 작가의 ‘붉은 산수’.


그는 문화 기획자로서 200여 평의 스튜디오 ‘Kki’가 파주 출판 도시 예술인들의 ‘사랑방’이자 ‘허브’이며 ‘힐링의 공간’이 되기를 꿈꾼다. 이 건물의 첫 삽을 뜰 때 “항상 기뻐할 수 있는 공간, 누구든지 기쁨과 긍정의 힘을 받아 갈 수 있는 공간”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한 것처럼 말이다.

그의 기도가 너무 많아 신이 다 들어줄 것 같지는 않지만 그는 컬렉션들을? 자선 경매한 후 낙찰자들에게 일일이 감사 인사를 건네며 그들을 위해 늘 기도한다고 했다. ‘인생 제2막을 잘 살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그림을 사랑하는 컬렉션이 이렇게 그의 인생을 완벽하게, 행복하게 바꿔놓았다.

이광기는 컬렉션은 함께 나눌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는 것을 배우가 되기 전부터 이미 알고 있었음이 틀림없다.

김종근 미술평론가


/여론독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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