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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기업
한달에 두 번 원자재값 인상 통보 받기도···"팔아도 남는 게 없어"

■3중 비용 압박 기업들 떤다

철광석값 1년새 세배 올라 조선업계 '수익 직격탄'

노동계, 경영환경 외면…최저 임금 15% 인상 압박

美 국채 금리마저 들썩, 기업 자금 조달 부담 급증





최근 가구 업계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원부자재 가격 급등으로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원자재는 지난해보다 최고 40%, 부자재의 경우 15~30%까지 가격이 올랐다. 가구 업계의 마진을 크게 웃도는 인상 폭이다. 가구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 달에 두 번 가격 인상 통보를 받은 적도 있다”면서 “조달청이 이런 사정을 고려해 단가를 인상해준다고는 하지만 피부에 와닿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기업이 최저임금 인상과 원자재 가격 상승, 회사채금리 부담 등 3중 복합 위기에 시달리고 있다. 경영 환경을 위축시키는 리스크들이 잇따르면서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경기의 벤치마크인 미국 국채금리마저 인플레이션 우려로 들썩이면서 기업들의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을 결정하기 위해 최저임금위원회는 18일 제2차 전원회의를 열고 최저임금 심의에 본격 돌입한다. 노동계는 올해도 ‘최저임금 1만 원’ 목표 실현을 위해 두 자릿수의 인상률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벼랑 끝에 몰린 기업들이 이 같은 노동계의 요구를 받아들일 체력이 남아 있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여론조사 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자영업자 525명을 대상으로 ‘최저임금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최저임금이 얼마나 인상되면 폐업을 고려할 것이냐는 질문에 현재도 한계상황이라는 답변이 32.2%로 가장 많았다. 15~20% 미만 인상되면 폐업을 고려하겠다는 응답이 26.7%로 뒤를 이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대기업의 지나친 임금 인상이 중소기업의 인건비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대기업의 임금 인상 자제를 요청하고 나섰다. 그만큼 고비용·저생산성 구조로 기업이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산업의 핵심인 철광석·구리·원유 등의 원자재 값이 치솟은 점도 기업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 14일 중국 다롄 상품거래소에서 9월분 철광석 선물 가격은 톤당 187.10달러를 기록했다. 1년 전보다 세 배 오른 수준이다.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 상승은 철강 제품 값 인상의 지렛대 역할을 하고 있다. 선박 제조에 필요한 후판은 지난달 말 110만 원대에 거래됐다. 후판가는 2011년 이후 처음으로 100만 원을 돌파했다. 선가의 20%를 차지하는 후판 가격이 연일 오르면서 조선 업계는 수익성을 맞출 수 없다며 아우성치고 있다. 통상 조선 업계는 발주사와 1~1.5년 전 계약을 맺을 당시 후판 가격을 바탕으로 계약을 체결한다. 조선 업계의 한 관계자는 “원자재 값 급등에도 선가에 이를 반영하지 못하니 배를 만들어도 남는 게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배럴당 27달러대까지 하락했던 국제 유가(WTI 기준)는 14일 65.37달러까지 올랐다. 유류 사용량이 많은 항공 업계는 고정비용이 급격히 늘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경우 연간 약 3,000만 배럴(최근 5개년 평균)의 유류를 소비한다. 유가가 1달러(배럴당)만 달라져도 곧바로 3,000만 달러의 손익이 발생할 수 있다.

수출품을 실어나를 선박과 화물기 부족으로 해운과 항공 운임마저 급등하고 있어 제조 업체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컨테이너를 운송하는 15개 항로의 운임을 종합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14일 기준 3,343.34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009년 10월 지수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고치다. 수출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중소기업 모두 운임은 얼마든지 내겠다는 입장이지만 선복이 부족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며 “지금은 해운사들이 선적할 물량을 고르고 수출 기업들은 자기 차례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형국”이라고 전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로 하반기 미국발 금리 상승이 예상되면서 상반기 회사채 발행액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들이 그만큼 자금 조달을 서두르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5월은 회사채 비수기인데도 발행 규모는 약 5조 원으로 예년의 2배에 달한다. SK는 최대 4,000억 원을 추가 조달해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롯데글로벌로지스(1,000억 원), 두산(1,000억 원)도 회사채 발행으로 자금 조달 계획을 구체화했다.

장기 자금인 회사채 발행을 늘리면서 만기가 짧은 기업어음(CP)과 전자단기사채는 순상환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CJ대한통운(1,000억 원), 현대로템(200억 원) 등은 지난달 회사채 발행을 통해 단기 자금을 갚았다. 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장금리가 바로 오르지 않아도 연말에 다가갈수록 장기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며 “기업들의 경우 상반기에 미리 발행해야겠다는 수요가 충분히 형성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동희·변수연·김민경·연승 기자 d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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