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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스포츠문화
800년전 '국난극복 魂' 새긴 팔만대장경 고스란히

◆620년 만에 첫 일반공개 '팔만대장경' 미리 만나보니

목판 새겨진 글자만 5,272만자

처음 만들어진 상태 완벽히 유지

나무·바람 등 자연이 만든 기적

"코로나시대 위안·용기 얻어가길"





"내부에서 플래시 터트리시면 절대 안 됩니다. 판가(板袈)에 닿지 않게 조심해 주시고, 앞쪽 스님의 안내에 따라서 이동해주시기 바랍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12교구 본사인 해인사가 지난 10일 언론에 국보 32호 팔만대장경 실물을 공개했다. 팔만대장경을 지키는 수십 명의 스님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총 20분의 관람. 출입은 허용됐지만 글자가 새겨진 대장경 판을 만지는 행위는 절대 금물이고, 벽이나 경판이 꽂힌 판가에 기대거나 큰 소리로 떠들어서도 안 된다. 600여 년 지켜 온 문화재를 내 보이는 스님들에게서는 비장함마저 느껴졌다.

해인사는 오는 19일부터 인터넷 사전예약을 통해 일반에 팔만대장경을 공개한다. 팔만대장경이 일반에 공개되기는 1398년(태조 7년) 해인사로 옮겨진 뒤 620여 년 만에 처음이다. 그동안 해인사 방문객들은 팔만대장경을 보관하기 위해 지어진 장경판전의 창살 사이로만 볼 수 있었다.



일주문에서 시작된 탐방은 봉황문과 해탈문, 구광루를 지나 해인사의 중심 건물인 대적광전으로 이어졌다. 이 곳에서 부처님께 예를 올리는 고불식을 거행한 해인사의 스님 150여 명이 '석가모니불 정근'을 외우며 경내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장경판전으로 들어섰다.



장경판전은 'ㅁ'자 형태로 북쪽 법보전과 남쪽 수다라장, 동서로 동사간판전과 서사간판전으로 각각 이루어져 있다. 언론에 공개된 공간은 장경판전 중에서 화엄경 등 대승불교 경전이 새겨진 판본을 보관하고 있는 법보전이다. 팔만대장경 보존문화원장인 일한스님의 안내에 따라 법보전 내부로 들어서니 마치 도서관에 가지런히 정리된 책처럼 나무로 된 5층 짜리 판가에 경판들이 빼곡히 꽂혀 있다. 경판 수만 8만1,258매, 목판에 새겨진 글자는 총 5,272만 여 자에 달한다. 꼬박 20년 이상을 읽어야 하는 방대한 양이다.





대장경 연구원이 장갑을 낀 손으로 경판 하나를 꺼내 들어 보이자 판전 안에서 일제히 ‘와’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6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팔만대장경이 공개되는 순간이다. 나무로 된 경판에는 가로 세로 한치의 오차도 없이 한자 수백 글자가 앞뒤로 가지런히 새겨져 있었다. 그 내용은 경(經)·율(律)·논(論) 등 삼장(三藏)으로 불교 경전 전체를 담고 있다. 인쇄물이 아닌 목판이 온전한 채로 남은 것은 전 세계적으로 팔만대장경이 유일하다.

실제로 본 나무 경판들은 600년 넘는 세월에도 갈라짐 하나 없이 완벽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 비결은 경판을 보관하고 있는 장경판전에 있다. 황토 바닥이 실내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하고, 창틀은 24시간 바람이 통할 수 있도록 사방으로 뚫려 있어 통풍이 원활하다. 주변 환경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과학적인 건축물인 장경판전은 팔만대장경과 별도로 199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팔만대장경을 지키려는 스님들의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장경판전은 평소에도 스님 20여 명이 하루 3교대로 24시간 지키는 공간이다. 해인사 주지 현응스님은 “장경판전은 전기도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인위적인 노력 없이 자연에 그대로 맡겨두고 있다”며 "팔만대장경이 800년이라는 오랜 세월 속에서도 손상 없이 완벽하게 보존된 것은 나무, 바람, 흙의 자연스러운 조화가 만들어낸 기적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일반 관람객 탐방도 그만큼 조심스럽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 탐방객들은 장경판전에 들어가기 전 카메라, 휴대폰 등 소지품을 보관함에 맡겨두어야 한다.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한번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도 20명 미만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총 1시간 동안 진행되는 탐방 가운데 팔만대장경을 보는 시간은 20분 가량이다. 해인사는 이 시간 동안 대화를 최소화하고, 조용한 분위기 속에 팔만대장경에만 집중하는 시간으로 만들 계획이다.



현응스님은 "선조들이 팔만대장경을 조성해 몽골군의 침입을 격퇴하려고 했던 것처럼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운 시기에 국민들이 팔만대장경을 보면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개방을 결정했다"며 "모두가 팔만대장경의 기운을 느껴보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글·사진(합천)=최성욱 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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