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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업어 준다는 것

박서영

저수지에 빠졌던 검은 염소를 업고

노파가 방죽을 걸어가고 있다

등이 흠뻑 젖어들고 있다

가끔 고개를 돌려 염소와 눈을 맞추며

자장가까지 흥얼거렸다

누군가를 업어준다는 것은

희고 눈부신 그의 숨결을 듣는다는 것

그의 감춰진 울음이 몸에 스며든다는 것

서로를 찌르지 않고 받아준다는 것

쿵쿵거리는 그의 심장에

등줄기가 청진기처럼 닿는다는 것

누군가를 업어준다는 것은

약국의 흐릿한 창문을 닦듯

서로의 눈동자 속에 낀 슬픔을 닦아주는 일

흩어진 영혼을 자루에 담아주는 일



사람이 짐승을 업고 긴 방죽을 걸어가고 있다

한없이 가벼워진 몸이

젖어 더욱 무거워진 몸을 업어주고 있다

울음이 불룩한 무덤에 스며드는 것 같다





어쩌다 저수지에 빠졌을까. 멧돼지 잡는 총질에 놀랐을까, 주린 유기견들에게 쫓겼을까. 염소에게 선입견 있었지. 어릴 때 손 내밀며 다가가니 다짜고짜 뜸베질하던 뿔난 일진, 무슨 생각 하는지 알 수 없던 유리알 눈, 무슨 고시 준비하는지 책만 보면 씹어 먹는 출세주의자, ‘아주 공갈 염소 똥 일원에 열 두 개, 이자 붙여 스물 네 개’ 거짓말쟁이에 고리대금업자! 내가 아는 염소는 저게 다인데, 그래서 염소젖도 안 먹는데, 젖은 염소 업고 가는 노파 모습에 가슴이 열리네. 오늘은 아주 미운 사람도 한 번 쯤 어부바 하고 싶네. <시인 반칠환>

/여론독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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