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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외국인 '학위 장사' 몰두한 대학들...유학생 관리역량 미달 급증

교육부 실시 국제화역량 인증 평가 분석

비자발급 제한대학 5년새 3교→63교 급증

유학생 관리역량 미달시 비자발급 제한

모집에 혈안된 채 사후관리 신경 안 써

"평가 반영 높이고 문제 대학 퇴출돼야"

국내 한 대학에서 외국인 학생들이 한글 글짓기 대회에 참가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초유의 대학 정원 미달 사태로 마구잡이식 외국인 유학생 유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국내 대학의 유학생 관리 역량이 매년 추락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학이 여건도 갖추지 않은 채 유학생을 모집하고, 유학생이 학교에 나오지 않고 돈을 벌거나 불법체류를 해도 방치된다는 뜻이다. 교육 전문가들은 정원 미달에 이어 유학생 문제까지 심각해지면 고등교육의 추락으로 이어진다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3일 서울경제가 교육부의 최근 5년치 교육국제화역량 인증 및 비자발급 제한대학 자료를 분석한 결과 비자발급 제한대학 수가 2016년 3교, 2017년 15교, 2018년 24교, 2019년 53교로 매년 증가했다.

처음으로 학부과정과 어학연수과정 분리 평가가 도입된 지난해의 경우 비자발급제한대학이 63교(학위과정 또는 어학연수과정)에 달했다. 어학연수과정에서 60교, 학위과정에서 27교(24교는 학위과정과 어학연수과정 모두 해당)의 비자발급이 제한돼 한국어 연수과정을 운영하는 대학 어학당의 유학생 관리 실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부터는 학부과정과 어학연수과정으로 분리해 평가. /자료제공=교육부


교육부는 유학생 관리 부실 문제가 커지자 2012년부터 외국인유학생 유치·관리역량 인증제를 도입했다. 1주기(2012~2015년) 평가 종료 후 2주기(2016~2019년)부터 사업명이 교육국제화역량 인증제로 바뀌었고 현재 3주기(2020~2023년)가 시행되고 있다. 인증제가 학부과정 위주여서 어학연수과정 심사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3주기부터는 학위과정과 어학연수과정으로 분리해 평가하고 있다.

교육부는 불법체류율·인프라·등록금 부담률·의료보험가입률을 기준으로 심사를 거쳐 인증을 부여한다. 인증 대학은 비자(사증) 발급 절차 간소화, 교육부 국제화 관련 사업 우선순위 부여 등의 혜택을 받는다. 인증 미신청 대학 중 유학생이 1명 이상 재학 중인 대학은 유학생 유치·관리 실태조사를 받게 되고, 교육부는 기준 미달인 곳들을 1년간 비자발급제한 대학으로 분류해 공개한다.



비자발급 제한대학이 급증한 것은 대학들이 유학생 유치에만 혈안이 된 채 관리는 도외시한 결과다. 현재 대학들이 정원 외 전형으로 유학생을 모집하는데 교육부가 모집인원에 제한을 두지 않고 대학 자율에 맡기고 있다. 이런 허점 때문에 마구잡이식 유학생 유치전이 펼쳐지고 유학생이 기숙사 생활을 하며 돈벌이를 하거나 잠적 후 불법체류자가 되더라도 실태 파악이 되지 않는다.

이처럼 유학생 관리 역량이 후퇴하는데도 유학생 수는 5년 만에 2배 급증했다. 교육통계서비스에 따르면 2014년 8만4,891명이었던 유학생 수는 해마다 증가해 2019년 16만165명으로 불어났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입국이 제한되면서 15만3,695명으로 떨어졌지만 대학마다 올해 터진 정원미달 충격을 줄이기 위해 무분별한 유학생 유치전을 벌일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교육부 감사를 통해 대학들이 수천만, 수억원을 알선 업체에 지급하고 유학생을 부적절하게 모집하는 등 유학생 편법 모집 문제도 심각하다.

자료제공=교육통계서비스


대학의 유학생 관리 역량 추락이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지만 이 문제는 교육 당국의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었다. 정원 채우기도 벅찬 대학을 상대로 유학생까지 제한하면 재정 여력이 더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정원 미달 사태가 터진 뒤인 지난 5월에서야 '대학의 체계적 관리 및 혁신 지원 전략'을 발표하고 유학생 유치에 악용되고 있는 정원 외 모집전형 중 일부를 정원 내 모집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수도권과 지방, 권역 내 대학 간 연계?협력을 통해 유학생 특화 공동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우수 유학생 공동 유치하도록 지원한다는 방침도 내놨다.

하지만 교육계는 이러한 대책에 회의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성호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는 “과거 지방의 한 대학이 중국어로 수업을 해준다며 중국인 유학생을 유치해놓고 실제로는 중국어는 커녕 영어 수업조차 진행하지 않은 사실이 중국에 알려져 외교적 문제로 이어진 적이 있다"면서 “교육의 질은 국가 품격과 맞아야 하는데 이미 해외에서 한국이 유학생을 상대로 학위 장사를 한다는 인식이 퍼져버렸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유학생 관리는 오래 전부터 있었던 문제인데 뒷북 대책을 내놓는 것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유학생 관리는 한국 고등교육의 질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라며 교육 당국이 평가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국내 대학이 교육수출이 아니라 재정적 목적으로 유학생을 유치하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며 “현행 사전심사 제도는 허점이 크기 때문에 유학생 관리 역량을 대학 역량평가에 적극 반영하든지, 유학생 모집 정원을 제한하되 권역별 상황을 고려해 충원율에 따라 상한을 달리하는 방식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증제, 비자제한과 같은 방식은 미봉책에 불과해 유학생 관리 향상을 위한 근본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원 미달로 당장 재정에 문제가 생긴 대학은 인증에 신경 쓸 여력이 없고 비자제한도 1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성호 교수는 “유학생은 평판도와 입소문에 따라 대학을 선택하기 때문에 인증, 비자제한과 같은 방식은 유학생들에게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며 “교육부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대학은 도태되도록 놔두고 사후 처리 문제에 집중하는 편이 낫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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