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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요커의 아트레터]여름 휴가 속에도 미술이 있다

⑩뉴요커의 휴양지 사우스햄튼

패리쉬 아트뮤지엄의 야외 정원에 설치된 조엘 샤피로의 조각.




한여름이다. 많은 뉴요커들은 7월 4일 미국의 독립기념일 후에 시작되는 긴 여름 바캉스 동안 뉴욕에서 동쪽으로 2시간 정도 떨어진 롱아일랜드 (Long Island)와 햄튼 (Hamptons) 지역에서 휴가를 보낸다. 이 지역들은 19세기 후반부터 유명 인사들과 부유층의 해변 피서지 역할을 하며 발전했고, 뉴욕 시내와 가까운 또 다른 부촌을 형성했다. 이들 지역은 몇 년 전 영화로 각색된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뉴요커들의 휴양지로 부촌을 형성한 사우스햄튼의 거리 모습.


일반적으로 뉴욕 미술계는 여름 동안 비공식 비수기에 돌입한다. 하지만 햄튼 지역만은 예외다. 많은 뉴욕의 컬렉터들이 햄튼 인근 별장에서 여름 휴가를 보내는 동안 주변의 갤러리와 뮤지엄들이 공들인 전시를 연다. 뉴욕만큼 스펙트럼이 다양하진 않으나, 블루칩 아티스트들로 엄선된 전시들을 볼 수 있다.

사우스햄튼의 패리시 아트 뮤지엄(Parrish Art Museum)을 중심으로 이 지역의 아트신이 형성되어 있다.1897년 유명 변호사 사무엘 패리시가 설립한 이 미술관은 100년 이상 햄튼과 롱아일랜드의 지역 작가들 지원에 힘써왔다. 추상 표현주의 페인팅의 대가인 잭슨 폴록과 윌리엄 드 쿠닝 둘 다 이스트 햄튼에 거주하며 작업을 했다. 이에 뮤지엄은 잭슨 폴록, 윌리엄 드 쿠닝을 비롯한 척 클로스, 로이 리히텐슈타인, 댄 플래빈, 존 챔벌린 등 스타급 작가들의 작품 3,000여 점을 컬렉션으로 보유하고 있다.

패리쉬 아트 뮤지엄의 내부는 복도처럼 긴 공간이 르네상스 시대 그림에서 볼 법한 소실점을 경험하게 한다.


패리시 아트 뮤지엄은 들판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어 도시에서 접하는 예술과는 또 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뮤지엄 앞마당의 넓은 야외 공원에는 리히텐슈타인을 비롯해 이사 겐즈켄, 조엘 샤피로의 거대한 조각이 놓여있다. 지난 2012년 현재의 사우스햄튼 워터밀 지역으로 이전한 패리시 아트뮤지엄은 콘크리트 구조물로 이뤄진 긴 마구간 형태라 르네상스 그림에서 볼 수 있을 법한 긴 소실점을 건물 안팎에서 경험할 수 있다. 뮤지엄의 옆면과 천장으로 들어오는 자연 채광은 시시각각 미묘한 색감의 변화를 보여준다.

이번 여름 패리시 아트 뮤지엄은 여성 추상표현주의 작가들의 그룹전을 열었다. 전시 제목 ‘Affinities for Abstraction: Women Artists on Eastern Long Island, 1950-2020’에 맞게 햄튼, 롱아일랜드 지역과 연고가 있는 여성 추상 표현주의 아티스트들의 20세기 중반부터 현재까지의 작품들을 한 데 모았다. 지난 6월 뉴욕 페이스갤러리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가진 린다 뱅글리스를 비롯해 수 윌리엄스, 후안 미첼, 린다 벵글리스 등 거장들의 각기 다른 시기 추상 작품들을 한 번에 관람할 수 있다. 같은 추상표현주의라지만 색, 형태 등 다양한 표현방식을 확인할 수 있다. 추상 표현주의가 성행하던 20세기 중반에는 남성 예술가 우월주의가 팽배했고 여성 작가들은 전시 무대에 설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최근 들어서야 소외받았던 젠더, 인종의 작가들이 주목받고 있는데, 이같은 경향이 패리시아트 뮤지엄에서도 확인된다.

패리쉬 아트 뮤지엄에서 열린 여성 추상표현주의 작가 그룹전 전경.




사우스 햄튼 주변에는 3대 메이저 경매 회사로 불리는 소더비, 크리스티, 필립스가 모두 분점을 두고 있다. 소더비는 올 여름 이곳 이스트 햄튼 갤러리에서 미니멀리즘 거장 댄 플래빈, 도널드 저드, 솔 르윗의 드로잉, 페인팅, 조각 등을 전시했다. 크리스티는 가구와 디자인 굿즈를 전문으로 다루는 카펜터스 워크숍 갤러리 (Carpenters Workshop gallery)와 공동으로 사우스햄튼에서 전시를 열었다. 크리스티는 리히텐슈타인 작품들을, 카펜터스 워크숍 갤러리는 로저 헤르만의 세라믹 작품들과 웬델 캐슬의 아방가르드 한 디자인의 의자 등을 전시했다. 필립스 경매 회사는 미국 근대 화가로 알려진 밀턴 에버리의 20세기 초·중반 작업들을 프라이빗 세일 형식으로 기획해 전시해 놓았다. 필립스는 명품 패션브랜드 발렌티노와 공동으로 기획한 팝업스토어도 자신들의 분점에 열었다. 이처럼 다수의 경매 회사들이 단순히 미술품만 전시하기보다는 패션·디자인과 연계해 다양한 스펙트럼의 컬렉터들을 확보하려는 의도를 엿볼 수 있다.

크리스티가 카펜터스 워크숍갤러리와 함께 기획한 사우스햄튼 분점의 전시 전경.


사우스햄튼의 하우저 앤 워스 갤러리는 LA에 기반을 둔 작가 헨리 테일러의 ‘흑인 골프 캐디 및 기수’ 시리즈를 전시했고 이스트햄튼의 페이스 갤러리는 이전에 공개된 적 없는 토마스 노즈코브스키의 종이 페인팅 작업을 전시했다.

최근 트라이베카의 갤러리에서 ‘완판(Sold Out)’을 거둔 엠마 콜만은 잭 헨리 갤러리의 이스트햄튼 분점에서 개인전을 갖고 있다. 앙리 마티스를 연상시키는 자유로운 형태와 밝은 색감으로 작업을 하는 콜만은 그간 주로 선보이던 수채화 작업이 아닌 캔버스 유화를 이번에 처음 선보였다.

사우스햄튼 비치


뉴욕의 아트 신이 여름 동안 잠시 휴식기에 접어들었을지라도, 문화와 예술을 향유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는 항상 전시들이 함께한다. 햄튼 지역에서 일어나는 전시들도 뉴욕의 아트 신과도 부분 연계되어 있음도 확인할 수 있었다. /뉴욕=엄태근 아트컨설턴트



※필자 엄태근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를 졸업하고 뉴욕 크리스티 에듀케이션에서 아트비즈니스 석사를 마친 후 경매회사 크리스티 뉴욕에서 근무했다. 현지 갤러리에서 미술 현장을 경험하며 뉴욕이 터전이 되었기에 여전히 그곳 미술계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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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레저부 조상인 기자 ccsi@sedaily.com
친절한 금자씨는 예쁜 게 좋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현대미술은 날 세운 풍자와 노골적인 패러디가 난무합니다. 위작 논란도 있습니다. 블랙리스트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착한미술을 찾기 위해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미술관, 박물관으로 쏘다니며 팔자 좋은 기자. 미술, 문화재 전담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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