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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내칼럼
“용적률 지금의 1.5배만 높이면 서울에 질 좋은 주택 금방 쏟아질 것” [청론직설]

◆유현준 홍익대 건축도시대학 교수

일자리는 도시에 있어…신도시로는 고밀도 막지 못해

서울에 집 지을 땅 많아, 그린벨트 허물지 않아도 된다

35층 층고 규제로 빈 곳 하나 없는 빌딩 숲만 만들어

임대주택, 결국 슬럼화 가능성…경제 격차 더 키울 것

유현준 홍익대 건축도시대학 교수는 15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서울에는 집 지을 땅이 많다”며 “그린벨트를 허물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오승현 기자




“서울에 집을 지을 수 있는 땅이 많습니다. 그린벨트는 허물지 않아도 됩니다.”

유현준 홍익대 건축도시대학 교수에게 이 말을 듣는 순간 귀가 솔깃해졌다. 정부가 3기 신도시 건설 계획을 발표하고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를 확대하는 것은 서울에 집 지을 땅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서울은 이미 포화 상태인데 어디에 땅이 있다는 말일까. 그는 컴퓨터 모니터에 서울 지도를 펼쳐놓고 무작위로 한 곳을 클릭했다. 반지하가 있음 직한 허름한 4층짜리 다세대주택이 나타났다. 유 교수는 “서울에는 이런 주택이 천지로 깔려 있다”며 “1~2개 층만 더 올릴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면 질 좋은 주택이 금방 쏟아질 것”이라고 해법을 제시했다. 이어 “서울 집값이 폭등한 것은 필요한 만큼 집을 짓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용적률 기준을 지금의 1.5배 수준으로 높이기만 하면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15일 서울 강남의 유현준건축사사무소에서 그를 만나 집값 급등의 원인과 부동산 시장 안정 대책에 대해 들었다.



-서울 등 대도시의 집값이 올라도 너무 많이 올랐다. 집값이 이렇게 상승한 이유는 무엇인가.

△에드워드 글레이저 하버드대 교수의 저서 ‘도시의 승리’를 보면 사람들이 도시에 몰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도시에는 일자리가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몰리니까 집이 필요한데 필요한 만큼 집을 짓지 않으니 집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 집값을 안정시키려면 집 수요가 늘지 않을 때도 집을 지어야 한다.

-정부도 뒤늦게 3기 신도시 등 주택 공급 대책을 내놓았지만 집값은 계속 오르고 있다.

△과거에도 집값이 오르면 신도시 건설을 대책으로 내놓았다. 도시 밀도를 낮추면 될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결과는 반대였다. 도시 건물의 층수를 제한하고 용적률을 규제한 것도 같은 선상이다. 신도시 건설이나 건축 규제를 들이민 정부가 간과한 것이 교통수단의 발달이다. 서울에 집을 짓지 않고 주위에 신도시를 건설하니까 사람들은 신도시에 살면서 서울로 출퇴근한다. 수도권 인구를 분산하기 위해 혁신도시를 조성하니까 이사하지 않고 주말부부로 살아간다. 공무원들이라도 세종시로 보내려고 했더니 고속철도(KTX)를 타고 서울에서 출퇴근한다. 50년 전이라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진주로 이전하면 LH 직원들이 모두 옮겨갔겠지만 지금은 가지 않는다.

-부동산 정책이 시대에 뒤떨어진 건가.

△세상이 너무 빠르게 바뀌고 있다. KTX가 뚫리고 나서 가장 큰 피해를 본 기업이 대구에 있는 대형 병원들이다. 서울에서 대구까지 KTX로 1시간 30분 정도 걸리니까 대구 사람들이 대구 대형 병원에 가지 않고 서울로 간다. 대구의 많은 대형 병원이 문을 닫았다. 지방 대도시의 학원들도 마찬가지다. 전에는 지방 학생들이 자기 동네의 유명 학원에 다녔다. 하지만 대치동 학원의 1타 강사가 인터넷 강의를 시작한 순간 동네 학원을 갈 필요가 없어졌다.

-도시 밀도가 높아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인가.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사람들이 제일 살고 싶어하는 지역은 센트럴파크 남쪽이다. 과거에는 이곳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오피스 빌딩이었지만 지금은 아파트다. 전에는 아파트를 높이 세우는 것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했지만 이제는 가능해졌다. 위로 올라갈수록 시각적으로 쓸 수 있는 공간이 무한대로 넓어진다. 사람들은 비싼 돈을 내고서라도 위에서 살고 싶어한다. 50층이 되는 순간 반경 10㎞를 볼 수 있는 공간을 시각적으로 소유한다. 사생활도 침해되지 않는다.

-서울에는 35층 층고 규제가 있다.

△35층 규제를 만든 의도는 이해할 수 있다. 건물이 무분별하게 올라갈 것을 걱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35층 규제는 공간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가득 찬 건물 숲을 만들었을 뿐이다. 규제로 숨이 막힐 정도로 답답한 풍경이 생긴 것이다. 잘못된 결정이다.

-35층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은데.

△결국 사람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바뀔 것이다. 규제를 없앤다고 해서 건물이 무한정 올라가지는 않는다. 위로 올라갈수록 흔들리기 때문에 사람이 살기 어려워진다. 롯데타워 꼭대기에는 아파트가 아니라 호텔이 들어서 있다. 조망은 좋지만 흔들리기 때문에 1년 내내 그곳에서 잠을 자지는 못한다. 맨해튼 초고층 아파트 소유자도 그곳에는 며칠 정도밖에 살지 않는다. 35층 규제가 없어도 아파트 높이는 어디에선가 멈춘다.

-서울에 집을 짓지 않아 집값이 올랐다고 했다. 정부는 짓고 싶어도 지을 땅이 없다고 한다. 그린벨트를 풀자는 주장도 나온다.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게 서울에 집 지을 땅이 없다는 얘기다. 서울에는 집 지을 땅이 정말 많다.

-구체적으로 서울 어디에 있는가.

△서울의 집은 1970년대에 많이 지어졌다. 다세대나 연립주택이 대부분 지어진 지 50년은 됐다. 그런 주택은 보존해야 할 만큼 훌륭한 건물이 아니다. 사람들이 선호하지도 않는다. 1인당 소득 3,000달러 시대에 지은 집을 3만 달러 시대의 사람들에게 살라고 하는 것이 문제다.

-집을 허물고 다시 지으려면 돈이 많이 든다.



△서울의 전체 용적률을 지금보다 1.5배만 올리면 해결된다. 다세대나 연립주택은 대부분 4층짜리인데 이걸 부수고 다시 4층으로 지으라고 하니까 사업성을 확보할 수 없다. 용적률을 조금만 완화하면 질 좋은 주택이 대량 공급될 수 있다. 이러면 쓸데없이 신도시를 만들 필요도 없고 사람들을 괜히 몇 시간씩 지하철을 타게 할 이유도 없어진다. 서울에는 이런 땅과 이런 건물들이 엄청 많이 있다.

-많은 사람이 원하는 집은 아파트다. 앞으로도 상당 기간 아파트를 계속 지어야 하는가.

△우리 주거 환경을 생각하면 아파트를 계속 지어야 할 것이다. 다만 지난 50년 동안 큰 변화 없이 획일적인 모습의 아파트만 건설해온 것은 문제다. 주차장을 지하에 집어넣은 것 말고는 크게 바뀐 것이 없다. 마치 스티브 잡스 사후 아이폰에서 혁신이 사라진 것과 같다.

-아파트는 왜 변화하지 못했나.

△건축법규를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동 간 거리 규제가 있는 한 외국에서 보는 것과 같은 다양한 형태의 아파트는 짓지 못한다. 건물 길이가 50m를 넘으면 안 된다는 규제도 있다. 50m를 넘어가면 너무 커서 벽처럼 보일까 봐 그런 규제를 만들었을 것이다. 측벽에 창문을 만들면 안 된다는 규제도 있다. 과거 못살던 시절에는 이런 규제라도 없었으면 이른바 닭장 같은 아파트가 지어졌을 것이다. 이제는 그 규제가 우리 발목을 잡고 있다. 요즘에는 닭장처럼 만들면 팔리지 않는다. 우리는 항상 나쁜 것을 막으려고 규제를 만들어서 좋은 것도 못하게 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규제 철폐 얘기가 나오지만 돌이켜보면 규제는 항상 더 늘어나기만 한다. 공무원 숫자를 줄여 규제를 생산하는 원천을 없애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임대주택 공급 확대 정책을 펴고 있다. 임대주택이 집값 안정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나.

△임대주택은 자기 집을 소유하기 힘든 서민들을 위한 것이다. 중산층을 위한 대안은 아니다. 임대주택에 사는 사람들의 비율이 낮을수록 좋은 사회라고 생각한다. 임대주택을 공급해 중산층의 주택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좋은 정책이 아니다.

-왜 그런가.

△미국에서 흑인과 백인의 경제적 격차를 뛰어넘지 못할 정도로 키운 것이 주택이다. 1950~1960년대 은행은 백인에게만 주택 대출을 내주고 흑인에게는 내주지 않았다. 그 결과 백인은 집을 소유하고 흑인은 임대주택에 살았다. 정치·사회적 격차는 이후 많이 완화됐지만 주택 소유 여부로 갈린 경제적 격차는 좁히기 어렵다. 임대주택에 살기 시작하면 인생에서 대박이 터지기 전에는 집을 소유할 수 없다.

-집을 꼭 소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미국 미주리주 주 정부가 1950년대 세인트루이스에 만든 ‘프루이트아이고’라는 임대 아파트가 있다. 당시 자동차가 많이 공급되면서 백인들은 차를 타고 교외에 가서 전원주택을 짓기 시작했다. 차도 없고 주택 대출도 받지 못한 흑인들은 프루이트아이고에 입주했다. 만고불변의 법칙이 내 것이 아니면 아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입주민들은 다들 돈을 벌면 나갈 생각만 했다. 이웃을 존경하지도 않고 커뮤니티도 만들 수 없었다. 아파트는 점점 슬럼화해 약탈·방화·살인이 일어났다. 주 정부가 결국 아파트를 부쉈다. 반대 사례도 있다. 칠레에 ‘엘리멘탈’이라는 주택이 있다. 빈민을 위한 주택인데 반만 짓고 나머지 반은 남겨뒀다. 시간이 지나 아이가 생기자 사람들은 짓지 않은 나머지 공간에 방을 만들었다. 아이들이 함께 놀면서 커뮤니티가 생겼다. 점점 살기 좋은 곳으로 바뀌면서 집값이 올랐다. 성공의 근본 원인은 집을 소유하게 했다는 점이다. 임대주택을 자꾸 짓겠다며 착한 척하는 사람들을 보면 화가 난다.

-용적률 기준을 완화하는 것 외에 집값 안정을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이 있을까.

△정부는 투기를 근절하면 된다. 실수요자가 집을 살 수 있도록 해주면 된다. 한 사람이 수십·수백 채를 소유하는 문제만 해결하면 된다.

-집값은 언제쯤 잡힐 것으로 전망하는가.

△주택 공급을 꾸준히 늘린다고 할 때 5년 이상 지나야 할 것 같다. 지난 10년 동안 집을 거의 짓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 집값을 안정시킬 대책은 없나.

△방학 내내 놀다가 개학 때가 되니까 벼락치기로 숙제 하는 것과 같다. 계속 집을 짓는 수밖에 없다.

He is…

1969년에 태어나 영동고와 연세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했다.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서 건축설계 석사 학위를 받은 데 이어 하버드대 건축설계 석사 과정에서 우등 졸업을 했다. 리처드 마이어 사무소에서 실무 경력을 쌓았다. 주요 작품으로는 머그학동, 압해도 복지회관 등이 있으며 시카고 아테나움 국제건축상, 독일 디자인어워드 등 30여 개의 국내외 건축상을 수상했다. 홍익대 건축도시대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유현준건축사사무소 대표건축사도 맡고 있다. 주요 저서로 ‘공간의 미래’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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