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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설
[사설] 좀비기업 빚 124조 방치하면 ‘한국판 헝다 사태’ 우려

지난해 외부 회계감사 대상 기업의 15%(3,465곳)가 3년 연속 이자 비용보다 영업이익이 적은 ‘한계기업’인 것으로 한국은행 통계에서 나타났다. 2010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로 지난해 한계기업으로 추락한 곳이 전년보다 9% 늘어난 1,175곳에 달했다. 간신히 살아나는 곳보다 부실화한 ‘좀비기업’이 더 많아졌다는 뜻이다. 이들의 빚도 전년보다 9조 원 이상 급증해 124조 5,000억 원에 달할 만큼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다.

부채 문제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집중 제기돼온 우리 경제의 핵심 의제다. 본지는 가계·기업·정부 등 3대 경제 주체의 부채가 5,000조 원을 넘어선 점을 지목하며 당국이 긴축 이전에 선제적으로 연착륙 방안을 찾을 것을 누차 주문했다. 하지만 여권은 포퓰리즘에 매몰돼 대책은커녕 부채를 외려 늘리는 대책을 반복했다. 그 결과 가계·기업 부채 중 회수하기 힘든 부실 대출이 234조 원에 이르렀고 이 가운데 좀비기업들의 빚이 절반을 넘게 됐다. 이런데도 정부는 옥석 가리기는 전혀 없이 중소기업의 대출 원리금 상환을 내년 3월로 또 늦추며 부실 폭탄을 차기 정권으로 떠넘겼다. 당국의 수수방관에 기업 부채가 금융 시스템을 교란하는 ‘한국판 헝다 사태’가 우려되는 판이다.

가계 부채 대책도 당국 수장이 바뀐 뒤 대출 중단 등 급격한 대책을 되풀이하며 혼란을 부르고 있다. 내년 7월로 예정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 시기를 앞당기는 등의 추가 대책을 10월에 발표한다지만 대출 총량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부채 문제는 특정 부처의 대책으로 해결하기 힘든 국면에 들어섰다. 3대 경제 주체의 부채를 총괄하는 범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투박한 대책 실험이 아니라 부채 문제가 거시 경제의 경로를 저해하지 않도록 정밀하게 조율된 연착륙 방안이 절실하다. 많은 나라들이 빚을 해결하지 못해 부도 사태에 처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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