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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회사와 주주, '깐부' 맞나

[한영일 증권부장]

국내 기업들 '일방통행식' 분할상장

주가 리스크 부각 개미들 속수무책

외인들 투자 주저 '코리아디스카운트'

금융당국도 효율적 분할 방안 고민중

지배구조개편, 시장 소통 더 강화해야





“아빠, 우리는 깐부잖아.”

며칠 전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 녀석이 조용히 다가와 일부러 한껏 쉰 목소리로 내 귓가에 속삭였다. ‘오징어 게임’이 글로벌 히트를 치다 보니 자연스레 어린애들 사이에서도 유행어가 된 모양이다. 부모와 자식은 당연히 ‘깐부’다. 인생의 동반자이자 경제 공동체니 당연지사다.

사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깐부 시스템’에서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세상은 나 혼자 살아갈 수 없고 모든 게 상대방이 있기 때문이다. 어느 한 쪽이 속임수나 꼼수를 쓴다면 깐부가 될 수 없다.

회사와 주주 역시 ‘깐부 관계’에서 벗어날 수 없다. 회사의 이익이 주주의 이익으로 귀결돼야 하는 것이 주식시장의 본질이고 존재 이유다. 하지만 최근 들어 주주가치 측면에서 본질과 어긋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부터 줄을 잇고 있는 국내 대기업들의 분할 상장이 대표적이다.

굳이 일일이 거론하지 않아도 많은 기업의 물적 분할을 통한 쪼개기 상장이 마치 유행처럼 벌어지고 있다. 지주회사 시스템을 강화 내지 구축하기 위해 회사의 주력 사업을 떼내다 보니 자연스레 기존 주주들은 반발한다. 기업 분할이 주주가치를 높이는 측면보다는 대주주 또는 지배 구조 공고화 등으로 이용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급변하는 환경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항변한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기업 쪼개기’에 나선 대부분 회사의 주가가 크게 출렁거렸다는 것만 보더라도 시장에 충격을 주는 변수이자 리스크임은 분명하다.



더욱이 일부 회사들은 이 같은 중차대한 결정을 내리기까지 시장(주주)과 이렇다 할 소통조차 하지 않아 주주로부터 원성을 받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오죽했으면 금융 당국조차 기업 분할 상장 때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 중이니 말이다. 특히 과거와 달리 국내 주식시장이 1,000만 동학개미가 등장할 정도로 개인투자자의 참여가 많아졌다는 점에서 기업의 분할 상장은 시장과 소통이 중요해졌다.

더구나 외국과 달리 유독 국내 대기업들이 주로 쪼개기 상장에 나서고 있는 점은 글로벌 증시에 비해 코스피가 저평가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투자자뿐 아니라 외국인 입장에서도 투자의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이 주로 투자하는 종목들이 국내 대기업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최근 인플레이션 우려와 글로벌 공급난 등 복합 악재 속에서도 다시 사상 최고치에 근접하고 있는 나스닥의 경우 대부분 빅테크 기업들은 우리와 달리 자회사 상장이 거의 없다. 애플이나 구글 등 거대한 기업이 영위하는 수많은 사업군이 ‘애플’이나 ‘알파벳’ 등 한 종목에 집중된 만큼 시가총액 역시 오롯이 그대로 반영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미국 주식에 주로 투자하는 서학개미가 크게 늘어난 점 역시 국내와 달리 이러한 분할 리스크 등이 없는 미국 주식의 안정성도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은 일면 타당하다. 실제로 나스닥의 경우 코로나19 이전인 지난해 1월과 비교하면 주가가 66%나 치솟아 39% 오른 코스피와 크게 비교된다.

물론 미국과 한국의 기업 성장 문화가 다를 수밖에 없다. 미국 빅테크 기업이라고 해서 우리가 무조건 따라 할 수도, 그럴 필요도 없다. 우리 실정에 맞는 최선의 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까지처럼 회사가 주주들에게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길이니 따라오라’는 식의 일방통행은 진정한 주주 친화가 아니다. 요즘 국내 기업들에 유행처럼 번진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 비춰 보더라도 주주와 제대로 소통하지 않는 행위는 그 진정성을 갉아먹을 수밖에 없다.

‘오징어 게임’에서 깐부 할아버지 오일남(오영수 분)은 성기훈(이정재 분)과 친하게 지내며 “우리 깐부할까. 우리는 깐부잖아. 깐부 사이에는 네 거 내 거가 없는 거야”라고 말한다. 국내 기업들도 과연 주주들과 진정한 ‘깐부’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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