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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근의 진면목···나목 사이에 숨은 새순과 꽃망울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박수근 회고전

174점 최다 출품작…최초공개 19점

박수근의 1962년작 '나무와 두 여인' /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국민화가’라 불러왔지만 우리가 박수근(1914~1965)의 예술세계에 대해 아는 부분은 극히 일부일 뿐이었다. 이를테면 박수근은 여인과 아이들, 가지 앙상한 나목을 주로 그렸다는 편견이 그렇다. 아이업은 누이, 길가에 나앉은 어머니 등 여성들에게서 피폐한 전후 현실을 타개할 힘의 근원을 모색한 듯하지만, 1963년에 그린 ‘청소부’는 박수근 그림으로는 드물게 건장한 ‘일하는’ 남성들이 등장한다. 청소부의 수레 안에 알록달록한 색감이 엿보여 고난 속의 희망을 탐색하게 한 작품이다. 농악놀이 하는 사내들, 손자를 바라보는 할아버지 등의 모습은 생명의 끈과 함께 이어지는 전통의 힘을 웅변한다. 그러고보면 무채색에 돌색, 흙색 뿐인 듯한 그림 속 아낙네의 바구니 속에는 녹색 채소, 붉은 열매가 담겨 있다. 많게는 수십 번씩 겹쳐 칠한 화면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고 바래지 않는 생명력을 드러낸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의 박수근 회고전에 출품된 '세 여인'은 고 이건희 삼성회장의 수집작품 중 하나인 '이건희 컬렉션' 포함작품으로, 그동안 세상에 공개된 적 없었다. /조상인기자


박수근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대규모 회고전 ‘박수근: 봄을 기다리는 나목’이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한창이다. ‘국민화가’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게도 국립현대미술관이 기획한 박수근 회고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출품작은 174점으로 박수근 전시 사상 최대 규모다. 최초로 공개되는 작품도 유화 7점, 삽화 원화 12점에 이른다.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수집해 유족이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한 ‘이건희 컬렉션’에 포함된 박수근 작품 33점 중 31점이 이번에 출품됐는데, 그 중 ‘세 여인’을 비롯한 ‘마을풍경’과 ‘산’ 등 3점은 최초 공개작이다.

박수근이 1962년에 그렸고, 당시 한국을 방문한 미국 미시건대학교 조지프 리 교수가 구입해 갔던 ‘노인들의 대화’는 처음으로 국내에 들어와 전시됐다. 서던 캘리포니아대학교 퍼시픽아시아미술관 소장의 1964년작 ’귀로‘도 한국을 떠난 후 처음으로 돌아와 전시장에 걸렸다. 박수근의 양구초등학교 시절 은사인 오득영 유족이 소장해 온 ‘초가’를 비롯해 개인 소장품인 ‘웅크린 개’ ‘노상의 소녀’ 등이 처음 공개된 작품들이다. 지난 2007년 5월 경매에서 45억2,000만원에 낙찰돼 이후 김환기에 의해 그 기록이 깨지기까지 8년간 한국미술 최고가 자리를 지킨 ‘빨래터’도 만날 수 있다.



박수근의 1962년작 '노인들의 대화'는 미국으로 건너갔다가 이번에 처음 한국으로 돌아와 전시된 최초 공개 작품이다. /조상인기자


박수근은 보통학교만 졸업하고 독학으로 그림을 공부해 조선미술전람회와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와 같은 관전을 통해 화가로 데뷔했다. 해방과 전쟁을 겪으며 서구 추상미술이 급격히 유입되던 시절에도 박수근은 오로지 서민들의 일상생활을 단순한 구도와 거칠거칠한 질감으로 표현했다. 배경을 제거하고, 간략한 직선으로 형태를 단순화해 거친 표면으로 마감한 그의 회화는 토속적인 미감을 보여준다.

1961년작 ‘꽃피는 시절’은 이름과 상반되게 앙상한 나무들이 화폭 전체를 뒤덮고 있다. 아주 가까이서 깊이 들여다봐야 비로소 숨어있는 연두색의 새순과 진분홍 꽃망울을 찾아낼 수 있다. 이같은 풍경이 실제로 펼쳐질 내년 3월 1일까지 전시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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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레저부 조상인 기자 ccsi@sedaily.com
친절한 금자씨는 예쁜 게 좋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현대미술은 날 세운 풍자와 노골적인 패러디가 난무합니다. 위작 논란도 있습니다. 블랙리스트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착한미술을 찾기 위해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미술관, 박물관으로 쏘다니며 팔자 좋은 기자. 미술, 문화재 전담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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