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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박이 호박' 그림이 54억5,000만원···日 작가 쿠사마 야요이는 누구?

서울옥션서 '노란 호박' 올해 최고가 낙찰

쿠사마 올해 국내 경매서 330억 이상 거래

불우한 유년기 거치면서 생긴강박증·환각

독특한 무한 반복 패턴으로 풀어내 인기 누려

쿠사마 야요이의 1981년작 '호박'이 23일 서울옥션 경매에서 54억5,000만원에 팔렸다. /사진제공=서울옥션




‘점박이 호박’으로 유명한 일본의 현대미술가 쿠사마 야요이(92)의 1981년작 노란색 ‘호박’이 23일 열린 서울옥션(063170) ‘윈터세일’에서 54억5,000만 원에 낙찰됐다. 지난 5월 케이옥션에서 42억 원에 팔린 마르크 샤갈의 ‘생 폴 드방스의 정원’의 낙찰가를 훌쩍 뛰어넘어 올해 국내 경매에서 거래된 최고가 작품이 됐다. 아울러 국내에서 거래된 쿠사마 작품 중 최고가 낙찰작으로도 기록됐다.

추정가가 54억~80억원으로 매겨진 ‘호박’은 시작가 52억 원에 경매에 올라 현장 응찰자에게 돌아갔다. 최근 쿠사마 작품을 다량 수집해 온 ‘수학 1타강사’로 유명한 현우진씨가 이번 경매에도 응찰할 지 관심이 쏠렸지만 이날 현장에는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경매의 낙찰총액은 115억 원, 낙찰률은 약 93%를 기록했다고 서울옥션은 전했다.

23일 서울옥션 경매에서 5억5,000만원에 낙찰된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 /사진제공=서울옥션


29억→31억→54억 치솟는 ‘쿠사마’


쿠사마는 올해 한국 미술경매 시장을 이끄는 ‘대장주’ 중 하나다. 지난 6월 반복적인 그물 패턴의 대표작 ‘실버 네트(BTRUX)’가 29억 원에 낙찰됐고, 7월 경매에서는 녹색의 2016년작 ‘인피니티-네트(WFTO)’가 31억 원, 지난 달 경매에서는 2015년에 그린 금빛 작품 ‘골드 스카이 네트(Gold Sky Nets)’가 36억5,000만 원에 팔렸다. 이날까지 올해 국내 경매에서만 330억 원 어치 이상이 거래됐다. 작가별 낙찰 총액에서는 1위 이우환을 바짝 추격하는 모양새다.

쿠사마의 유화, 조각의 가격이 치솟자 판화값도 들썩이고 있다. 그의 판화는 120개 에디션을 가진 붉은 호박이 1억2,000만~1억5,000만 원 추정가에 경매에 오른다. 쿠사마 야요이가 우리나라에 막 소개되던 지난 2003년 부산 공간화랑에서 전시될 때만 해도 그의 판화는 50만 원 수준이었다.



이번 서울옥션 경매에 출품된 쿠사마의 ‘호박’은 작가가 본격적으로 호박 연작을 시작하던 시기의 초기작이라 희소성이 높다. 쿠사마의 작품은 구하기 힘든 구작(具作)일수록 가격이 높은 편인데, 그간 가장 비싸게 낙찰된 작품은 지난 2019년 4월 소더비 홍콩경매에서 팔린 1959년작 ‘끝없는 그물(INTERMINABLE NET) #4’로 가격은 795만 달러(수수료 포함), 우리 돈으로 약 83억원이었다.

24일 열리는 케이옥션 경매에 추정가 1억2,000만~1억5,000만원에 나온 쿠사마 야요이의 '붉은 호박' /사진제공=케이옥션


그렇다면 쿠사마의 작품이 이처럼 높은 인기를 누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일한 색조로 화면 전체를 뒤덮는 모노크롬(Monochrome)은 한때 서구 화단의 주류를 이룬 경향이다. 일본 작가인 쿠사마는 이를 자신만의 반복적인 패턴을 이용한 일종의 추상표현주의로 펼쳐내 동서양 전체의 고른 공감을 얻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프랑스 ‘아트 프라이스’지의 분석에 따르면 쿠사마 작품은 홍콩에서 50%, 그 외 아시아 지역에서 30%, 런던·뉴욕 등 서구 시장에서 20%가 판매된다. 세계적으로 수요가 고른 만큼 환금성과 투자 가치에 있어 안정적이라는 의미다. 최근 글로벌 아트마켓이 여성과 흑인, 제3세계 예술가로 눈 돌리는 것도 가격 상승 요인 중 하나다.

1929년 일본에서 태어난 쿠사마는 방탕하며 강압적인 아버지와 폭력적인 어머니 슬하에서 경제적으로는 풍족하나 행복하지 못한 유년기를 보냈다. 10살 무렵부터 강박신경증과 환각·환청에 시달린 그녀의 유일한 위안이 미술이었다. 쿠사마는 집착처럼 보이는 반복적인 패턴들을 환각의 탈출구로 삼았다. 그의 작품 속 아이콘이 된 호박도 마찬가지다. 어린 쿠사마는 어느 날 할아버지를 따라 나간 밭에서 우연히 발견한 호박이 말을 걸어오는 환영을 경험한 뒤로 호박에 애착을 갖게 됐다고 한다. 특히 호박 속 수많은 씨앗들은 쿠사마가 항상 강조한 ‘무한 반복과 집착의 이미지’에 들어맞았고, 일정한 무늬와 패턴이 반복되는 추상적인 이미지에 이르렀다.

그에게 ‘무한 반복’은 자아의 제거와 소멸을 뜻하지만 동시에 영원성으로 이어진다. 작가는 어린 시절 어머니의 붉은 꽃무늬 식탁보에서 환각이 시작됐고, 이후 1957~72년 뉴욕 시절에는 자신의 몸과 방 전체를 붉은 점이 뒤덮는 환각을 경험했다. 이처럼 개인사의 고통을 예술적으로 승화한 드라마틱한 스토리 역시 대중적 인기의 동력이 됐다.

1993년 베니스 비엔날레 일본관에서 선보인 거울 방 속 호박들이 무한히 자기복제를 하는 작품은 그의 국제적 명성에 날개를 달아 줬으며, 이듬해 일본 나오시마에 설치된 대형 ‘노란 호박’과 2012년 루이뷔통과의 협업, 지난 4월 뉴욕 보태니컬가든에서 열린 야외 조각전 등으로 그의 인지도는 날로 치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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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레저부 조상인 기자 ccsi@sedaily.com
친절한 금자씨는 예쁜 게 좋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현대미술은 날 세운 풍자와 노골적인 패러디가 난무합니다. 위작 논란도 있습니다. 블랙리스트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착한미술을 찾기 위해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미술관, 박물관으로 쏘다니며 팔자 좋은 기자. 미술, 문화재 전담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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