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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산업일반
[지구용]플라스틱 모아서 살림에 보태기

'제4의 공간' 이혜원 대표 인터뷰

'업사이어티'에서 모은 폐플라스틱, 다양한 가구로 변신

제4의 공간이 만든 플라스틱 시트(세면기 아랫부분)는 러쉬 매장에서 만나볼 수 있어요. /사진=제4의 공간




얼마 전 한 용사님의 제보를 받았어요. “업사이어티라는, 플라스틱 재질별 수거 테스트를 하는 곳이 있다”는 제보였죠. 전국에 수거처가 있어 참여하기가 쉽고 모은 만큼 쿠폰을 받아 제로웨이스트샵에서 쓸 수 있단 귀띔까지.

그래서 업사이어티를 운영하는 회사, ‘제4의 공간’의 이혜원 대표님을 찾아갔어요. 제보해주신 익명의 용사님께 감사의 말씀 드려요!(제보하시면서 비슷한 캠페인이 또 없는지 궁금해 하셨는데 아쉽게도 지금은 없는 것 같아요..또르르)

플라스틱 모으고 쿠폰 받기




이 대표님(사진)께 업사이어티 이용법부터 여쭤봤어요. 업사이어티는 지금 2차 테스트 중이고 누구나 언제든 참가할 수 있어요.

참여 방법은 간단해요. 샴푸통이든 음료병이든 플라스틱을 물로 잘 세척한 다음 재질별(HDPE, LDPE, PP, PS)로 모아서 전국 수거처(어딘지 업사이어티 인스타에서 확인하기)로 가져가면 돼요.

수거처에선 재질별로 모은 무게와 참여 일수를 인증받을 수 있어요. 모은 만큼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쿠폰(NFT, 카카오 클립 가입 필수)을 받아서 제로웨이스트샵(=수거처)에서 쇼핑에 보태면 된대요. 아기 분유통에서 나온 플라스틱 7kg을 모아서 쿠폰 9,500원어치를 받아가신 분도 계신다고.

이런 시스템을 만든 이유는?! “수거를 할 거면 그 만큼의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지금까진 지구를 생각하는 분들의 선의에 기대는 측면이 컸거든요. 그게 잘못된 방향은 아니지만, 그런 식으로는 더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힘들테니까요.”

가구로, 타일로, 소반으로 변신한 플라스틱


그럼 그렇게 모은 플라스틱을 어디에 쓰냐면, 플라스틱 시트를 만들어요. 사실 이게 ‘제4의 공간’의 본업이에요. 제4의 공간이 만든 플라스틱 시트는 러쉬 매장이나 합정동 콩크 소재 라이브러리에서 찾아볼 수 있어요. 러쉬는 영국 본사 차원에서 매장용 가구 상판에 폐플라스틱 시트를 쓴다는 방침이 있는데 제4의 공간의 기술력을 보고 손잡게 됐다는 뒷이야기! LG화학과 손잡고 만든 소반(위 영상)도 너무 탐나요. 재활용 플라스틱과 목공예와 나전칠기의 콜라보라니...!!!앞으로도 점점 더 많은 곳에서 제4의 공간 제품을 찾아볼 수 있을 거예요.


이 대표님은 “싱크대 상판, 전시대, 벽면 타일처럼 판판한 형태의 제품이라면 뭐든 만들 수 있다”고 하셨어요. 해외에선 폐플라스틱 가구가 이미 흔히 쓰이고 있대요. 열에 직접적으로 닿지만 않으면 성능에는 문제가 없고요.

K-여름의 더위와 겨울 난방은 괜찮을지 궁금했는데 "플라스틱이 녹기 시작하는 온도가 130도 정도라 한국보다 더운 동남아, 남미에서도 외장재(=벽돌 등)로 쓰고 있다"는 설명. 다만 혹시 모르니까 먼저 성능 검사를 해 보고, 바닥재보단 벽재로 먼저 써 볼 계획이래요.

폐플라스틱을 선반, 벽재, 미니 운동장용 케이지 등으로 다양하게 재탄생시킨 사례. /사진=굿플라스틱컴퍼니


게다가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든 시트는 생각보다 강도가 세요. “줄톱으로 썰면 톱날이 상해서 팀원들끼리 ‘방탄 테스트를 해보자’고 농담할 정도”라고. (103kg인 사람이 플라스틱 시트 위에서 뛰어보는 영상)

업사이어티의 1차 테스트로 모인 플라스틱 무게는 PE가 11.6kg, PP는 33.7kg, PS는 5.2kg. 2차 테스트로 모은 양은 이미 1차를 넘어섰구요. 가로 세로 1미터 짜리 시트 하나를 만드는 데는 플라스틱 25kg나 필요하니까, 모인 플라스틱은 금방 써버리신대요.

눈물의 도전기


이 대표님이 2019년 창업하고 2년 만에 대기업들과 플라스틱 동맹을 맺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어요. 발단은 글로벌 업사이클링 커뮤니티인 ‘프레셔스 플라스틱(인스타 들러보기)’의 플라스틱 업사이클링 기계 도면. 대표님은 그 도면으로 450kg짜리 기계를 만드셨어요. 분쇄한 플라스틱에 열과 압력을 가해 플라스틱 시트를 제작하는 ‘시트프레스’ 기계였죠. 프레셔스 플라스틱의 도면으로 만든 한국 최초의 기계였어요.

프레셔스 플라스틱에서는 업사이클링 확산을 위해 도면이랑 각종 제작 영상을 전부 공개하고 있는데, 아쉽게도 그것만으로는 품질 좋은(=충분히 딱딱하고, 휘어지지 않고, 품질이 일정한) 제품을 만들 수가 없었대요. 분쇄한 폐플라스틱을 얼마나 써야 빈 구멍 없는 시트를 만들 수 있는지, 얼마나 열과 압력을 가해야 분쇄한 플라스틱이 적절히 녹는지...수없이 테스트해보고 데이터를 쌓는 과정이 필요했던 거죠.

다음으로는 2호기를 제작한 대표님. 2호기는 심지어 스마트폰 앱으로도 제어를 할 수 있어요. 그동안 쌓인 데이터(온도, 압력 등등)를 입력만 하면 원하는 품질의 플라스틱 시트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된 거죠. (대표님...당신은 천재...?)

보다 스마트해진 시트프레스 2호기(왼쪽)과 플라스틱 시트를 찍어내고 있는 시트프레스. /사진=제4의공간


글로 적으니까(+남의 일이니까) 그나마 쉽게 들리는데 전혀 아니었대요. “처음엔 결과가 나올 때마다 실망했어요. 거대한 실패작(가로세로 1m짜리)에 너무 암담해서 접을까 싶었구요.”

데이터로 세상을 바꾸길


제4의 공간은 앞으로도 많은 계획을 갖고 있어요. 우선은 업사이어티 앱 정식판 출시. 지역화폐나 기업들의 멤버십 포인트로도 리워드를 받을 수 있는 기능,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 기능도요. 플라스틱 시트도 “앞으로 더 큰 사이즈를 양산할 기술력을 확보하겠다”고 하셨구요.

그리고 정말 야심찬 대목이 있었어요. 대표님은 “수거처에 모인 폐플라스틱 물량을 블록체인 서버에 올려서(=블록체인의 최대 강점, 위변조 불가능) 데이터가 쌓이면 전국의 폐플라스틱 관리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셨어요.

우리나라는 폐플라스틱이 재질별로 얼마나 쌓이고 재활용되는지에 대한 통계 자료가 부족한데, 업사이어티가 블록체인으로 솔루션을 제공하겠단 거죠. 큰 그림을 그리는 대표님의 모습이 멋졌어요.

대표님의 큰 그림을 풀어놓느라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업사이어티로 플라스틱 모으고 쿠폰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핵심! 언뜻 쓸모 없어 보이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모여 살림에 보탬도 되고 가구로도 만들어지고 심지어 우리나라 전체의 폐플라스틱 관리 시스템을 만드는 데까지 기여할 수 있다는 점! 제4의 공간의 비전인 ‘무용함의 가치’가 최대한으로 실현되길, 용사님들도 응원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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