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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치·사회
[최수문특파원의 차이나페이지] <110> 공급망 정보 실패가 부른 산업대란···경제안보 전면전 준비해야

■ 중국발 요소수 사태는 어떻게 진행됐나

한국 수출을 위해 11월 29일 중국 산둥성 룽커우항에 쌓여 있는 차량용 요소 3,000톤의 모습. 이를 실은 선박이 이날 출항을 했고 12월 1일 울산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사진제공=주중 한국대사관




역사상 최초로 중국을 유럽에 자세하게 알린 사람으로 마르코 폴로(1254~1324)가 있다. 마르코 폴로는 13세기 후반 쿠빌라이칸이 통치하던 중국(원나라)에서 17년 동안 관리로 있었고 귀국 후 ‘동방견문록’이라는 책을 통해 이런 중국을 유럽에 소개했다. 마르코 폴로 이야기를 장황하게 한 이유는 그가 베네치아 출신이었다는데 있다. 지금의 베네치아는 이탈리아의 작은 지방도시에 불과하지만 과거 18세기 이전 1,000년 동안은 유럽 정세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국가(도시국가)이자 경제체였다. 베네치아는 유럽을 넘어 중동과 아프리카, 아시아 각지에 외교관이나 외교관 역할을 하는 상인들을 파견해 정보를 모았다. 공식기록으로는 1478년 오스트리아 빈에 상주외교관을 파견했는데 세계 최초 사례다. 이러한 적극적인 시스템을 통해 베네치아는 상대 국가의 정보를 신속 정확하게 파악하며 강대국으로 존재할 수 있었다. 당시 도시국가에 불과한 베네치아의 경쟁 상대는 지금도 열강인 프랑스, 영국, 독일, 스페인, 동로마제국(나중에는 오스만제국) 등이었다. 동로마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지금의 터키 이스탄불)에는 마르코 폴로 가족이 소유한 상관이 이었다. 마르코 폴로가 동방견문록에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라고 소개한 중국 베이징의 루거우차오(노구교)는 지금도 ‘마르코 폴로 다리’라고 불린다.

요소수 대란이 한창이었던 지난 11월 21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요소수 품절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다. /연합뉴스


이번주 ‘차이나페이지’를 마르코 폴로와 베네치아 이야기로 시작한 것은 최근 논란이 된 ‘요소수 사태’ 때문이다. 요소수 사태가 결국 공급망 정보 실패에 따른 늑장대응 때문으로 귀결되는 분위기인데 이와 관련해 베네치아가 생각난 것이다.

현지 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9월부터 전국적인 석탄 부족에 시달렸다. 석탄 부족은 중국내 31개 성·자치구·직할시 가운데 20개 이상에서 전력공급이 중단되는 사태로 이어졌다. 우리 기업 가운데서도 포스코 현지 공장이 일시적이지만 공장운영을 완전히 중단할 만큼 파장이 컸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석탄 증산과 동시에 석탄 관련 제품의 수출 규제에 나섰다. 최근의 요소수 사태와 관련해서는 중국 세관총서(관세청)이 10월 11일 지방 세관에 하달된 고시에서 시작됐다. 이전까지 별도의 검역·검사 없이 수출이 가능했던 요소, 칼륨비료, 인산비료 등 29개 화학비료 품목에 대해 반드시 검사를 실시하라는 내용이었다. 시행일은 10월 15일부터로, 즉각 실시였던 셈이다. ‘규제 공화국’인 중국에서 “수출검사를 하라”는 것은 “수출을 금지한다”와 사실상 동의어다. 이 중에서 요소가 바로 요소수(차량용) 등의 원료로, 전체 소비의 97%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었다.

이들 절차는 수출 과정이라는 점에서 수입 당사자에도 통보가 가야 하지만 중국에서 물론 그런 것은 없었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수입 국가다. 업계 관계자는 “당연하게 중국 측의 고시가 나온 11일부터는 우리 외교 통상 라인이 챙겨야 하는데 이에 대한 인지와 대응이 늦었다. 더 좋게는 고시 이전에 중국 측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대처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즉 중국에서 석탄 부족과 관련 제품 수출 규제 움직임은 이미 예상됐었다는 이야기다.

주중 한국대사관의 설명에 따르면 요소 수입에 차질이 생긴 수입업체들이 대사관에 이를 제보하면서 문제를 인지했고 이는 규제가 시행된 지 일주일 가까이 지난 10월 21일이었다. 계약한 물량은 여전히 중국 항구에 쌓여 있는 상태였다. 이때만 해도 대사관은 요소 수출 절차가 검사기간(14일) 만큼 길어질 뿐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때문에 중국 당국에 신속한 검사를 요청하고 기다렸다는 것이다.

중국의 조치가 수출 검사 규제가 아니라 아예 수출 금지라는 것은 나중에서야 깨달았다. 대사관 관계자는 “기업들이 중국 당국에 수출 전 검사신청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을 보고서야 알아차렸다”고 전했다. 우리 외교 통상 라인에게 ‘발등에 불이 떨어진’ 사태가 됐다.

공교롭게도 지난 10월 29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관련해 이탈리아 로마를 방문 중이었던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현지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만나 회담을 했다. 하지만 정 장관은 왕이에게 요소수 문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고 한다. 이에 대해 정 장관은 나중에 “(회담 전까지) 요소수 문제에 대한 내용을 보고받지 못한 상태였다”고 해명했다. (중국의 수출 규제가 나온 지 보름도 안 돼 국내에서 요소수 파동이 일어났다. 국내 언론에 요소수의 부족으로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는 관련 업계발 뉴스가 처음 나온 것은 10월 26일이었다.)

중국 현지에서 요소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서 정부의 대응도 늦어진 셈이다. 국내에서 요소수 대란이 시끌벅적한 상황에서 11월 2일에서야 국무조정실과 관계 부처 간 첫 합동 회의가 개최됐고, 청와대에서 요소가 논의된 것은 11월 4일이었다.

11월 29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억원 기획재정부 차관 주재로 '제20차 요소수 수급 관련 범부처 합동 대응 회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 정부가 강하게 이의제기를 했고 결국 중국 정부도 한발 물러섰다. 중국 정부가 한국 기업들이 이미 계약한 요소 1만8,700톤에 대한 수출 절차를 다시 진행 시키기로 결정한 것은 11월 10일이었다. 중국에서 석탄 부족 문제가 완화되면서 요소 수출에 여유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이들 계약 물량이 순차적으로 국내로 들어오면서 요소수 사태는 일단 진정되고 있다.

중국 수출규제 이후 첫 300톤의 요소를 실은 선박이 지난 11월 20일 중국 톈진항을 출발해 23일 울산항에 들어왔다. 이어 11월 29일에는 3,000톤이 산둥성 룽커우항을 출발했고 12월 1일 울산항에 입항할 예정이다.



일단 요소수라는 것은 경유차량 사용자 외에 익숙하지 않은 이름이다. 직업 외교관들은 물론이고 산업 담당 관료들도 직접적인 당사자가 아니면 잘 알지 못한다고 한다. 중국에 파견 나온 외교 통상 관료들이 이에 대해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못한 것은 이유가 있었다.

다만 그렇기 때문에 외교관들이 더 광범위한 지식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대사회 경제는 모든 부분이 거미줄 같이 연결돼 있어서 특정 부분의 작은 문제도 전체를 망가뜨릴 수 있을 정도다. 100원짜리 부품이 없어서 자동차공장이 멈추는 경우도 발생하고 몇천원짜리 요소수가 없어서 한 국가의 물류시스템이 올스톱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는 우리나라 산업 원료와 부품의 지나친 해외의존도가 문제라고 본다. 특히 중국에 대한 의존도는 절대적이다. 지정학상으로 다양한 이웃나라를 갖지 못한 한계도 무시할 수 없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9월 기준 수입품목 1만2,586개 중 특정한 단일 국가 수입 비중이 80% 이상인 품목은 3,941개에 달한다. 특히 중국에 80% 이상 의존하는 품목은 1,850개, 중국에 90% 이상 의존하는 품목은 요소를 포함해 1,275개다. (물론 중국에만 그런 것은 아니다. 80% 이상 의존도 품목이 미국은 503개, 일본은 438개다)



요소수 사태 과정에서 온갖 비난의 표적이 된 주중 외교 통상 관계자들이 볼멘 소리를 하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중국은 다른 나라와도 다르다. 폐쇄적인 중국에서 당국은 자의적으로 수출이나 수입 금지 조치를 내리고 있다. 여기에 품목도 많고 복잡하게 얽혀 있다. 수출 금지된 품목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에 따라 실제 국내에서 어떤 파장이 일어날지도 이해하기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대응책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기본적으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 가장 최선의 방책이다. 정부와 기업들은 글로벌 경제라는 이름으로 저가라는 이유로 국내 생산을 포기하고 중국에서 수입을 늘려왔다. 요소의 코로나19 이전 중국산 수입 의존도는 60% 수준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인도네시아 등 다른 나라들이 수출을 줄이면서 결국 올해 중국산 비중이 90% 이상으로 높아졌다.

우리나라가 중국으로부터 원자재와 부품을 수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결국 이에 대해서 철저하게 대비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미 세계는 경제안보 전면전 시대에 돌입했다. 주중 대사관의 관계자는 “이것을 시스템 상으로 관리하지 않고 개별 항목에 대해 특정인들의 역량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본다”며 “정부도 이번 요소수 건을 계기로 시스템을 갖추는 작업을 준비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요소수 사태는 중국에 대한 한국경제의 의존도를 중국 측에도 확인시켜준 사례이기도 해서 파장은 오래 갈 수도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계열 매체인 런민즈쉰은 “한국이나 미국 모두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이 가진 지위를 더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면서 “이에 대항한다면 반드시 해를 입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1월 13일 서울 도봉공영차고지에서 마을버스 업체 관계자들이 정부가 공급한 요소수를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요소수와는 다른 각도로 최근에 논란이 되고 있는 SK하이닉스의 우시 공장 문제도 있다. 이는 지난 18일 로이터통신이 SK하이닉스가 중국 장쑤성 우시의 D램 반도체 공장에 초미세공정 핵심인 첨단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배치하기로 했으나 미국이 반대한다는 내용을 보도하면서 불거졌다.

이에 대해 SK하이닉스 관계자는 “EUV 장비는 국내 도입도 아직 초기”라며 “중국 우시 도입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고 해명했다. 또 “SK하이닉스는 국제규범을 준수하면서 중국 우시 공장을 지속 운영하는 데 문제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파국은 시간문제일 수 있다. 미국은 중국의 군사력 증대에 악용될 수 있다면서 첨단 장비와 기술의 중국 수출을 막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한국을 방문한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 22일 방송된 한 방송 인터뷰에서 SK하이닉스 논란에 대해 “첨단기술로서 민감하고 국가안보에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정당한 이유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미중 갈등이 악화되면서 유사한 사례는 빈발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거꾸로 생각한다면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미중 간의 대립 과정에서 한국 산업의 운신의 폭이 넓어질 수도 있다. 중국 정부가 다른 나라와는 달리 요소 규제를 상대적으로 빨리 풀어준 것 등은 미중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을 미국 편으로 밀어내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이는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상황과는 또 다르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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